남편이 모처럼 평일에 쉬게 되어 큰아이 유치원에 가는 것도 빠져가면서 대한민국 미술대전이 열리는 과천 현대미술관으로 갔다. 평일이어서인지 전시관은 한산한 편이었다. 2층의 조각전에 관심을 갖는 듯한 아이들을 남편에게맡기고나는1,2층을돌며 그림을 감상할 여유를 가졌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 뛰어 가보고는 아연하고 말았다. 아이들이 작가의 목숨과도 같은 작품을 그만 박살내고 말았던 것이다. 아이들도 놀랐는지 두눈만 껌뻑거리면서 구석에 서 있었다. 안내직원과 함께 사무실에 가서 확인서를 쓰면서도 내가 너무 걱정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책임자인 듯한 분이 너무 걱정말라며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날부터 전화벨 소리만 울려도 깜짝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오후쯤 작가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다시 손을 봐서 전시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게 아닌가. 『아이들이 건드려서 깨뜨릴 것을 고려해야 했는데 거기까지 생각 못해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솟구치는 감격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가 연신 고맙고 죄송하다고말했다.세상에 이런분도 있구나 하는 행복감에 젖었다.
장석주(경기 광명시 하안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