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신치영/『애로사항(있어도) 없습니다』

  • 입력 1997년 11월 10일 20시 02분


서울 중랑구청 지역경제과 이봉로(李鳳魯·45)과장은 최근 새로운 고민거리 하나가 생겼다. 중랑구는 지난 9월부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구내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중소기업 후견인제」를 실시하고 있다. 계장급 이상 구청직원이 1개 기업씩 맡아 월 1회 이상 직접 방문, 경영상의 어려움을 논의하고 민원을 대행해주는 등 기업이 경제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 특히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을 노동부와 연결해 주기도 하고 자금난 해소를 위해 중랑구의 「중소기업 육성기금」 대출도 알선해 주고 있다. 그러나 「후견인제」를 총괄하고 있는 지역경제과는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닥쳤다. 기업측이 갖고 있는 관(官)에 대한 막연한 피해의식 때문에 구청의 봉사를 마다하고 있기 때문.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시오」 「괜히 와봐야 손만 벌릴 것 아니냐」. 업체를 방문하는 후견인들도 직원들의 냉담한 반응에 실망을 느끼기 일쑤였다. 이과장과 지역경제과 직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업체마다 전화를 걸어 후견인제의 취지를 설명하고 주민등록등본까지 팩스로 보내주는 등 사소한 민원까지 해결해 주었다. 지난 달에는 물건이 안팔려 자금회전이 어려운 12개 제조업체를 위해 「판매전」을 열었다. 중간 유통과정없이 싼값에 내놓아서인지 의류 신발 주방용품 등이 날개돋친 듯 팔려 나갔다. 기업 관계자들은 그제서야 「후견인제」의 의미를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역경제과로 전화를 걸어 「고맙다」고 인사해오는 사장들도 생겼다. 하지만 아직도 「애로사항 없다」는 기업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동안 각종 단속이나 지도 등에 시달리거나 「뒷돈」까지 써야했던 그들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릅니다. 언젠가는 우리의 진정한 뜻이 받아들여질 때가 있겠죠』 이과장은 아직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신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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