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강도혐의 수배 김모군]씨름왕 꿈이 철창행으로

  • 입력 1997년 10월 10일 20시 27분


「예비천하장사」에서 강도로. 왕자가 하루 아침에 거지로 탈바꿈한 소설속의 이야기가 제78회 전국체육대회기간중 현실로 재현됐다. 서울시 대표로 출전한 씨름선수 김모군(18·H고3년).올해 전국대회 4관왕에 오르며 1백㎏이하의 역사급에서 무적으로 군림하던 그는 체전에서도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힌 「왕자」였다. 또 행인의 돈을 빼앗으려는 떼강도와 맞선끝에 한명을 붙잡아 경찰에 넘긴 공로로 용감한 시민상과 포상금을 받기도 했다. 「왕자」의 신분이 갑작스럽게 뒤바뀐 것은 9일 오후. 1,2회전을 가볍게 통과한 뒤 숙소인 마산의 한 여관에서 쉬고 있을 즈음 상기된 표정의 아버지와 소속팀 감독이 찾아왔다. 귀경을 종용하는 어른들의 표정에서 뭔가 불안한 느낌을 받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혹시나」하는 생각은 서울로 향하는 차속에서 체념으로 굳어졌다. 감독은 김군과 함께 강도행각을 벌이다 구속된 소속팀 선수들의 소식을 이날 오전 경찰로부터 통보받아 김군의 수배사실을 알고 있던 터. 고민끝에 첫날 경기를 마치는대로 김군을 서울로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공범중 한 명인 같은 학교의 또다른 김모선수는 오전 1회전에서 탈락한 뒤 곧바로 서울로 향했다. 서울시 씨름협회 관계자들은 오후 늦게서야 대한체육회로부터 연락을 받고 긴급회의를 소집, 그를 즉시 귀경시키기로 결정했다. 김군은 10일 오전의 계체에 불참, 실격처리됐다. 이날 오후 1시경 부모와 함께 경찰에 출두한 그는 『4차례 취객을 상대로 강도짓을 했다』며 『상을 받은 뒤로는 마음에 가책을 느껴 한번도 강도짓을 하지 않았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그만하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울먹였다. 대한씨름협회 선정 올해의 최우수선수(MVP)가 확실시 됐던 미래의 씨름왕. 그는 이날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창원〓이 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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