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결심공판 스케치]구형순간 지긋이 눈감아

  • 입력 1997년 9월 22일 13시 40분


『피고인 金賢哲 징역7년, 벌금 15억원 추징금 32억7천4백20여만원』 22일 오전 10시30분. 헌정사상 초유로 현직대통령의 아들을 단죄한다는 司法史적 의의를 갖는 賢哲씨 비리사건 결심공판이 열린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검찰의 추상같은 구형이 이뤄지는 순간 방청석에서는 한숨과 탄성이 뒤섞인 웅성거림으로 가득찼다. 그동안 방청석에서 초조하게 재판을 지켜보던 가족 친지들은 賢哲씨에게 이같은 중형이 구형되자 못내 안타까운 듯 착잡한 표정을 지었으나 일반시민들은 賢哲씨 죄질에 비춰볼 때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5분께 입정한 孫智烈재판장은 준엄한 표정에 나직하고 가라앉은 소리로 개정을 선언한 뒤 간략한 증거확인 절차를 거쳐 『결심절차에 들어가 검찰의 의견진술과 변호인의 최후변론,피고인의 최후진술을 듣겠다』고 말했다. 이에앞서 賢哲씨는 재판부 호명에 따라 입정하면서 평소와 다름없이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고 약간의 미소까지 머금은 얼굴이었으나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결심공판을 의식한 탓인지 단발머리를 깨끗이 다듬은 단정한 모습으로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석을 향해 깎듯이 인사를 건넸으나 평소와는 달리 어딘가 모르게 몸이 딱딱히 굳은 듯 했다. 이어 하늘색 환자복 차림의 金己燮피고인이 입정해 賢哲씨 옆에 나란히 앉았으나 안면근육증이 호전되지 않은 탓인지 고개를 떨군 채 바닥만을 응시했다. 재판부의 결심개시에 따라 오전 10시15분께 李勳奎 중수1과장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굵직하고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논고문을 읽어내려갔다. 『현직 국가원수의 아들을 법정에 세워 단죄하게 된 것에 대해 비참한 심정을 금할 수 없으나 피고인이 특별한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장기간에 걸쳐 부정한 금품을수수한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검찰의 논고가 이어지는 순간 賢哲씨는 양손을 마주잡은 채 재판부를 정면으로 응시한 채 미동도 하지 않았으나 검찰에 의해 자신의 죄상이 낱낱이 법정에 울려퍼지자 賢哲씨는 기도하는 듯한 표정으로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지만 긴장탓인지 고무신을 신은 두 발을 위로 까닥까닥 들어올리는 불안한 태도를 보였다. 李 과장은 목소리를 갈수록 높이며 賢哲씨 비리가운데 핵심대목인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부분을 조목조목 꼬집어나갔으며 정상론에 이르러서는 『피고인이 상황에따라 자신의 진술을 번복한 것은 비록 방어권 행사라고 할지라도 너무 지나치다』며 『결과적으로 피고인의 행동은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을 야기한 것으로 엄정한 법적 책임추궁이 뒤따라야 한다』고 꾸짖었다. 30여분간에 걸친 검찰의 논고문 낭독을 끝내자 賢哲씨는 코밑에 땀이 흐른 듯 가볍게 오른손으로 코밑을 훔치고 허리를 추스리며 자리를 고쳐앉았고 방청석에서도 가는 숨소리만 들릴 뿐 일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정적도 잠시, 李과장은 피고인들의 양형의견을 읽어내려갔다. 『피고인 金賢哲 징역7년,벌금 15억원,추징금 32억7천4백20여만원. 피고인 金己燮 징역 3년,추징금 1억5천만원』 준엄한 구형이 내려지는 순간 賢哲씨는 미동도 하지 않았으나 만감이 교차한 듯한 표정만은 감추지 못했다. 전국민의 주목의 받으며 2개월간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던 문민정부 최대비리사건에 대한 공권력의 단죄가 마침내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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