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機 추락]희생자 가족들 『웬 날벼락』 망연자실

  • 입력 1997년 9월 4일 07시 32분


○…사고기에 탑승한 변영달(54) 현초애씨(49) 부부는 서울 양천구 신천2동에서 살다 넉달 전 캄보디아 프놈펜시로 이주, 의욕적인 삶을 일궈 나가다 변을 당했다고 교민들이 전언. 캄보디아 현지에서 목재 가공업을 하는 변씨 부부는 이날 호치민시에서 사고 항공기에 탑승. ○…당초 사고기 예약 명단에 포함돼 있던 강용원 이시백씨는 사고기 바로 앞에 출발한 비행기에 탑승, 구사일생으로 화를 모면. 사고 직후 공개된 탑승객 명단에 예약명단과는 달리 이들의 이름이 빠져 있어 주 캄보디아 한국대표부측이 긴급 확인한 결과 이들은 이미 캄보디아에 도착한 것으로 판명. ○…캄보디아에 인도주의 정신을 펼치려던 원광대의대 일행 6명도 참변. 이들은 원광대의대 김봉석 동창회장(36)과 원광대병원마취과 수련의3년차인 이성민(33), 김회장의 연세대보건대학원 고위정책과정 동창생인 김종성(金鍾成·성운약품이사), 전북일보기자 신용철(35·서울주재 정치부기자), 권용호(41·건축업) 송경율씨(37·이종률 전국회사무총장 보좌관) 등. 이번 방문단은 프놈펜의대에 의료기기를 전달키로 해 당초 원광대의대 문영희학장 등 의대교수 3,4명이 동행할 예정이었으나 5일 의과대 교수연수회가 예정돼 있어 참석하지 못하고 김회장이 학장의 감사패를 대신 전달하도록 부탁했다는 것. ○…사고가 나자 탑승자를 마중나갔던 교민 50여명이 현장에서 긴급 구조활동. 오형석목사 가족을 마중나간 현지 교민 김철환목사는 오목사의 작은아들 성혁군(5)이 신음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자동차로 칼메트병원까지 긴급 후송했으나 끝내 사망. 김목사는 『성혁이가 살기를 간절히 빌었으나 화상을 심하게 입어 생명을 건지지 못했다』면서 『오목사와 큰아들 중엽군(7)은 이미 사망해 있었다』고 침통. ○…프놈펜 공항에 탑승자인 홍성철씨(프놈펜 로열팔레스호텔 직원)를 마중나갔던 동료 직원 이선엽씨는 『비행기가 거의 다 내려오다 야자수 나무를 들이받아 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 이씨는 『사고가 나자 소방차 경찰차가 달려왔지만 폭우가 내려 신속한 구조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전언. ○…서울 중구 순화동 순화빌딩 5층에 있는 베트남항공 서울지점 사무실에는 사고 사실이 알려진 이날 오후부터 탑승객 가족과 친지의 문의 전화가 빗발. 이들은 탑승객 명단에 자신의 가족과 친지가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어떻게 하면 캄보디아에 갈 수 있느냐』 『유가족대책본부는 언제 어디에 마련되느냐』 등을 문의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 이날 밤 9시경에는 사고기 희생자인 원광대의대 동창회장 김봉석씨의 여동생 향숙씨(28)부부가 찾아와 『오빠가 죽은 게 사실이냐』며 오열. 향숙씨는 『전북 익산에서 개업의로 있는 오빠가 평소 가난한 사람들을 무료로 진료해 주는 등 남몰래 선행을 베풀어 왔는데…』라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 일부 희생자 가족은 사고소식을 들은 뒤 한때 혼절하기도 했으며 베트남항공 서울지점으로 달려온 가족 대부분은 비보를 듣고 뒤늦게 찾아온 친지들과 함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이현두·정위용기자·프놈펜〓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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