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친구따라 法服벗어…「법조인 우정」 훈훈한 감동

  • 입력 1997년 9월 2일 07시 39분


자신을 포함, 어머니 부인 남동생 등 암에 걸린 일가족 4명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법복을 벗은 판사. 그를 돕기 위해 대법관의 꿈을 포기하고 함께 변호사의 길을 택한 동료판사. 법조계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은 사시 23회 동기생인 박형준(朴炯晙·42) 임경윤(任京允·40)변호사. 이들이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83년 9월 부산지법에 나란히 첫 발령을 받으면서부터. 전북 임실과 광주 출신으로 부산에 연고가 없었던 이들은 하숙방을 함께 쓰면서 가까워졌다. 화전민의 아들로 검정고시를 거쳐 판사가 된 박변호사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닥친 것은 95년 8월. 그의 어머니가 위암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데 이어 4개월 뒤에는 해군 소령으로 근무중이던 동생이 대장암 판정을, 96년 4월에는 부인이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한달 뒤에는 박변호사 자신이 대장암 선고를 받았다. 박변호사는 1년간의 항암치료 끝에 건강을 회복했으나 판사의 봉급으로 가족들의 엄청난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 함께 나선 등산길에 박변호사의 고민을 알게된 임변호사는 『친구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처지에 그냥 있을 수 없다』는 심정으로 그 자리에서 대법관의 꿈을 포기하고 친구를 돕기로 결심했다. 〈이호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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