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죽어가는 강과 바다

  • 입력 1997년 8월 30일 20시 17분


남해안 적조(赤潮)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동해안에서는 백화(白化)현상이, 팔당호와 대청호 등 전국 하천과 담수호에는 녹조(綠藻)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한마디로 전국의 강과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남해안 적조발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남해안 전역에서 적조현상이 나타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적조경보가 내려진 해역에서는 유독성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의 농도가 어류에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는 ㎥당 3천개체를 넘어서 양식어류가 떼죽음을 당하는 참사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 경북 울진 앞바다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동해안 백화현상도 지금은 강원도 삼척 연안까지 북상해 어패류의 먹이가 되는 다시마 등의 해조류가 사라지고 동해안 일대 공동어장이 황폐화하고 있다. 수도권과 중부지역의 상수원인 팔당 및 대청호 그리고 낙동강 수계의 녹조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남해안의 적조, 동해안의 백화, 하천과 담수호의 녹조가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난 것은 수질오염이 한계상황에 이른 게 아니냐는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지금부터라도 강과 바다의 오염을 막을 근본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생활하수와 공장폐수를 제대로 정화하지 않은 채 지금처럼 계속 흘려보낸다면 강과 바다가 죽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수처리장을 늘리고 오폐수의 수질기준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미흡하다. 국토의 종합개발계획과 관리기능을 환경보호기능과 통합시켜야 하고 수질오염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일관성 있게 펴나가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간 공조체제를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다. 올바른 정책도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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