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피고인 입장등 직접체험…서울남부지원「모의재판」

  • 입력 1997년 8월 19일 07시 52분


『야, 솔직하게 답변해』 『나중에 기회를 줄테니 자리에 앉으세요』 폭력혐의로 구속된 김모씨(39)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증인을 향해 고함을 지르자 판사가 부드럽게 피고인을 진정시킨다. 18일 오후 1시반 서울 남부지원 1호법정에서는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평소 분위기와는 판이한 이색재판이 열렸다. 판사들이 모의재판을 열고 직접 법대(法臺)아래 서서 피고인과 증인의 입장을 체험하는 기회를 가진 것. 친절하고 부드러운 법정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1년여에 걸친 준비끝에 「무대」에 올려진 이번 「연극」은 柳志潭(유지담)남부지원장이 제작과 연출을 맡고 黃一晧(황일호) 洪志郁(홍지욱)판사가 대본을 썼다. 판검사 피고인 변호인, 그리고 방청객과 정리(廷吏)까지 출연진은 모두 판사와 사법연수원생들. 이날 피고인 등으로 출연한 판사들은 『억울하다』며 판결에 격렬히 항의하다 정리에 의해 퇴장당하는 등 실제와 비슷한 상황을 직업연기자 못지 않게 제법 능숙한 연기력으로 표현했다. 모의재판에서 연출한 사건은 형사 3건, 민사 6건 등으로 모두 실제사건을 모델로 했다. 유지원장은 『평소 재판에서 판사들이 고압적인 자세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곤 했다』며 『친절하고 부드러운 재판문화를 정착시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남부지원은 앞으로 전문연기자를 초빙, 정식으로 재판공연을 갖고 이를 화면에 담아 교육용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홍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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