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국내후송 표정]충격우려 「모녀상봉」막아

  • 입력 1997년 8월 9일 20시 37분


대한항공기 추락사고 부상자 2진 12명이 9일 새벽 미군 C9 의료수송기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강성심병원 국립의료원 인하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4곳에 분산 입원했다. 이들은 지난 8일 1차로 후송된 부상자들에 비해 부상 정도가 심한 편이었다. ○…사돈 내외와 아들 등 일가족 7명과 함께 괌여행을 떠났다가 구사일생으로 생환, 국립의료원에 입원한 李判錫(이판석·55·교사·광주 남구 용봉동)씨가 목숨을 건진 이유는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밝혀져 화제. 원래 이씨의 좌석은 중간(58F)이었는데 「쿵」 충돌하는 소리와 함께 뒷부분으로 튕겨나가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보니 기체의 뒷부분이었다는 것. 이씨는 좌석벨트를 매달라는 기내방송을 들었지만 무심히 흘려 듣고 벨트매는 것을 잊었는데 오히려 이것이 자신의 생명을 구하는 결과가 됐다는 것. ○…삼성서울병원에 입원중인 KBS보도국장 洪性玹(홍성현·52)씨의 딸 和京(화경·15)양은 이날 오전 가족중 유일한 생존자인 어머니 李在南(이재남·43)씨와 「병상 상봉」을 할 예정이었으나 홍양의 충격을 염려한 친지의 반대로 보류. 병원측은 이날 모녀를 같은 병실에 수용하려 했으나 장례절차에 대한 가족과 친지의 대화 과정에서 화경양이 아버지와 언니 동생의 사망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을까봐 주위에서 만류. ○…오는 11월22일 결혼날짜까지 받아놓고 애인 崔連希(최연희·26·기아자동차 버스영업부)씨와 함께 떠났다가 혼자 살아온 朴星鳳(박성봉·26·중외제약 직원·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씨는 아직까지도 최씨의 죽음을 모르는 상태. 박씨는 국립의료원 병실에서 『연희와 함께 살아난 것이 마치 꿈만 같다』며 『신혼 여행은 절대 비행기로 가지 않겠다』고 다짐. ○…국립의료원에 입원한 李昌雨(이창우·31·회사원·서울 용산구 청암동)씨는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부상이 심하지 않은 듯 앰뷸런스에서 내리면서 고개를 들어 가족을 찾는 모습. 이씨는 1세 때 집에서 불이 났으나 가정부의 도움으로 살아났고 12세 때는 나뭇가지에 목을 찔렸으나 다행히 기도를 비껴나는 등 이번까지 세번을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는 것. ○…생존자 후송을 계기로 유명해진 미공군 소속 C9 수송기는 임대료만 시간당 4천달러(약 3백50만원)를 호가. 이에 따라 이틀간 C9를 임대해 생존자를 후송한 대한항공은 1억원 이상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정. 〈윤종구·이호갑·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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