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조종사들 『여름이 무섭다』

  • 입력 1997년 8월 7일 19시 58분


우리나라는 민항기 수가 지난 81년 93대에서 현재 2백60여대로 늘고 항공운송실적이 세계 10위권에 드는 등 항공운송업이 눈부시게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항공여행협회(IAPA)에 의해 항공여행 기피국으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같은 치욕은 국적기 사고가 계절적으로 잇따라 발생하고 터졌다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데도 사고원인 등 진상을 철저히 분석해 교훈을 얻고 활용하는 노력이 부족한 결과다. ▼ 마(魔)의 여름 ▼ 철국적기 대형사고는 이번 추락사고에서도 드러났듯이 무더운 여름철에 빈발하고 있다. 70∼97년의 국적기 정기선 사고 19건중 7, 8월 사고가 6건으로 32%를 차지했다. 여름철은 무더운 날씨 때문에 항공종사자들의 작업효율이 떨어지는 계절인데 휴가객이 몰려 운송수요는 높다. 미국공군은 사고의 78%가 조종과실이며 이중 70%이상이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국적기 조종사의 운항시간은 많은 편이며 여름철 근무시간의 비중이 특히 높다. 지난 94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통계에 따르면 세계 20대 항공사의 조종사 연평균 비행시간은 대한항공이 5백88시간으로 2위를 기록했다. 5백시간을 초과한 항공사는 5개사에 불과했다. ▼ 높은 사고율 ▼ 87∼96년 국적기의 사고통계를 보면 사망사고(테러 제외)는 89년과 93년에 모두 3건 발생한 것이 전부지만 규모가 커 건당 사망자수는 50명으로 세계평균 28.6명의 1.75배에 달한다. 1억명이 항공기를 타고 1㎞를 여행했을 경우 추산한 사망자수는 0.06명으로 세계평균 0.04명의 1.5배를 기록했다.항공기 수가 적고 운송거리가 짧은 탓에 사고건수도 세계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대형 사망사고는 평상시 전혀 발생하지 않다가 89, 93, 97년 등 4년간격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항공 종사자들이 조금만 주의한다면 사고율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된다. ▼ 높은 인재(人災)율 ▼ 국적기 정기선 사고 18건(괌사고 제외) 중 테러와 납치를 제외하면 89%인 16건이 조종과실로 발생했다. 이는 59∼96년 세계 제트운송기사고 1천63건 중 64.4%(5백93건)가 조종과실로 발생한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국적기 대형참사는 조종 가능한 상태에서의 지상충돌(CFIT)이 두드러진다. 대한항공기의 트리폴리사고와 아시아나기의 목포사고가 대표적 사례. CFIT사고율은 1백만 비행건수당 아시아지역이 1로 북미 0.03, 유럽 0.45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세계 항공전문가들은 사고에서 조종사의 절차미준수율이 아시아지역에서 52%를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 예방대책부재 ▼ 항공기 사고는 조종사의 인성요소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조종사가 각종 계기를 잘 판단하고 승무원간 협조체제를 갖추기 위해 토착화된 교육체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국내 사고사례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국내 사고사례는 보안에 부쳐져 항공사간 교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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