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무리한 운항사고 잦다…올 4차례 『위기일발』

  • 입력 1997년 8월 7일 07시 42분


6일 새벽 발생한 대한항공 보잉747기의 괌 아가냐공항 인근 추락사고는 최근 대한항공 국내선 여객기의 잦은 운항 사고를 감안할 때 항공사측의 안이한 운항자세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올들어 대한항공 국내선은 조종사의 무리한 운항이나 정비불량 등으로 잦은 사고를 일으켰다. 괌 사고 당일인 6일 오후 1시경에도 대한항공 소속 에어버스 A300기가 일본 오사카의 간사이 공항에서 승객 등 2백73명을 태우고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가 이륙 20여분만에 엔진 이상으로 회항했다. 정비 등 주요업무에 종사하는 근무자들의 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지난달 31일에는 부산 김해공항에 착륙하던 일본 오사카(대판)발 대한항공기가 브레이크 고장을 일으키면서 활주로를 이탈, 승객 7명이 타박상 등을 입었다. 이에 앞서 5월21일에도 광주 도착 예정이던 대한항공기가 유압장치에 고장이 나 20분간 공항 상공을 선회한 뒤 수동조작으로 비상착륙해 공항측이 소방차 구급차 등을 대기시키는 소동을 빚었다. 이번 아가냐공항 인근 추락사고에서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무리한 운항 일정. 휴가철을 맞아 급증하는 관광객 수송을 위해 항공기 증편에 따라 무리한 운항이 계속돼 조종사의 과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 실제로 사고비행기는 괌으로 떠나기에 앞서 4일 앵커리지에 다녀왔고 5일 제주도를 왕복한 뒤 오후 7시27분경 김포공항에 도착, 간단한 운항정비를 마친 뒤 1시간반도 채 안된 오후 8시50분경 또다시 괌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측은 이에 대해 『규정상 하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5일까지 한달여동안 서울∼로스앤젤레스 노선에 주2회의 비정기편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모두 1백30차례에 걸쳐 국제선을 증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항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는 국내 항공사들의 운항태도도 문제. 지난 89년7월 73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한항공 여객기의 트리폴리참사 역시 조종사가 「회항하라」는 관제탑의 명령을 무시한 채 착륙을 강행하다 일어난 사고였다. 회항할 경우 회사측이 승객들의 숙박 및 교통편을 제공하느라 추가 경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 지난 3월9일에는 제주발 울산행 대한항공기가 나쁜 날씨에도 무리하게 승객을 수송하려다 기상상태가 더욱 악화되자 김해공항에 승객들을 내려놓아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홍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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