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 人災 가능성…29명 생존 225명 사망

  • 입력 1997년 8월 7일 07시 38분


괌행 대한항공 801편 보잉747―300B기의 추락참사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고당시 괌의 아가냐공항 관제기기가 작동하지 않았고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였으나 다른 항공기의 이착륙은 정상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번 사고는 기장의 조종미숙이나 정비불량 등으로 인한 기체결함 또는 관제실수로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관계당국은 6일 대한항공기 추락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사고현장에서 블랙박스를 수거, 워싱턴으로 공수해 분석에 들어갔다.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짐 홀 위원장은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사고기의 마지막 상황을 며칠 내에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자 생존자〓사고기에는 승객 2백31명과 승무원 23명 등 모두 2백54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중 국민회의 辛基夏(신기하)의원 등 2백25명이 숨지고 29명이 중경상을 입고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생존자들은 미해공군 및 해안경비대 요원들에 의해 구조돼 현지 미해군병원과 메모리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상자 가운데 사망자가 더 생길 것으로 보인다. 두 병원에는 모두 70구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착륙유도장치고장〓아가냐공항은 지난달 7일부터 항공기가 활주로에 안착할 수 있도록 고도와 위치 수평상태를 알려주는 장치인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가 다음달 12일까지 작동하지 않는다고 공시했다.

또 미해군이 이 공항의 관제업무를 민간에 이양하면서 관제 레이더를 신형에서 구형으로 교체해 착륙유도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조종실수 가능성〓대한항공기가 추락하기 3∼4분 전 동체가 심하게 흔들리고 랜딩기어가 내려오는 소리가 났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상악화와 조종실수가 겹쳐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사고당시 랜딩기어가 나와 있었음은 사고지점에 선명하게 나타나 있는 긁힌 자국이 잘 설명해준다.

또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시정거리는 착륙 불가능한 정도가 아니었는데도 사고지점에서 고도를 갑자기 낮춘 것은 조종미숙이나 고도를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70년이후 국적기 사고 17건중 테러와 납치 2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조종과실이 원인이었다.

▼기체결함 가능성〓사고기는 『뭔가 잘못 됐다(Something Wrong)』고 아가냐공항 관제탑에 교신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계기상으로 뭔가 이상한 조짐을 발견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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