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신석호/한총련 구속학생의 「上京이유」

  • 입력 1997년 7월 28일 20시 05분


28일 오전 10시 서울지법 319호 법정. 지난 6월 한양대에서 열린 제5기 한총련 출범식 폭력시위와 관련,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방대학생 6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리고 있었다. 이들은 제주와 부산 전북 등지에서 상경했다가 柳志雄(유지웅)상경이 진압 차량에 깔려 숨진 6월2일 전후에 한양대 부근에서 검거된 단순가담자들. 전북 정읍에서 올라온 유모피고인(19)은 『만성간염으로 휴학중 참가회비를 대준다는 학생회 간부의 권유로 서울구경이나 한다는 생각에 집회에 참여했다』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대 3학년인 송모피고인(24)은 『친구들이 공연과 집회 등 재미있는 일이 많다고 권유해 올라왔다』며 『이제껏 제주에서만 살아와 이 기회에 전국의 다른 대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며 울먹였다. 같은 대학 4학년 강모피고인(25)도 『서울에서 교원시험을 준비하는 후배를 만날 겸 구경삼아 올라왔다』며 『제주에서는 모든 집회를 신고한 뒤 평화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같은 사태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서울의 지리를 잘 몰라 시위대를 무작정 따라다니다 보니 한양대까지 가게 됐다』며 『대열의 끝만 따라 다니느라 화염병 시위 등은 보지도 못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검사는 『폭력사태를 충분히 예상했으면서도 「축제」 운운하는 것은 믿을 수 없으며 폭력시위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엄히 처벌해야 마땅하다』며 이들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재판장 李鎬元(이호원)부장판사는 학생들에게 『우리사회와 학생운동에 대해 현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앞으로는 무엇을 할 것인지 등을 상세히 기술해 제출해 달라』고 한 뒤 이날 재판을 마쳤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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