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항소심 첫공판 표정]법정인지…중환자실인지…

  • 입력 1997년 7월 28일 20시 05분


28일 한보대출비리사건 항소심 첫공판이 열린 서울고법 417호 대법정에는 피고인 10명중 4명이 중환자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진풍경을 보였다. 우선 고혈압 당뇨병 등 지병에 실어증까지 걸린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은 1심때와 마찬가지로 법정경위의 등에 업혀 모습을 나타냈다. 이어 각종 질환으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중인 黃秉泰(황병태) 鄭在哲(정재철)의원과 金佑錫(김우석)전내무장관 등이 환자복 차림에 휠체어를 타고 입정했다.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받고 치료중인 황의원은 지난 25일까지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으나 건강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다음달 25일까지 입원기간이 연장됐다. 당뇨병과 중풍 등이 악화돼 지난 11일 한양대 병원으로 옮겨진 정의원은 재판부에 병보석과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한 상태. 협심증과 심한 우울증으로 삼성의료원에 입원중인 김전장관은 지난달 2일 1심선고 이후 식사도 제대로 하지않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극도의 신경불안증세를 보이다 지난 26일에는 화장실에서 졸도하기도 했다. 김전장관의 변호인인 金慶會(김경회)변호사는 『1심 실형선고에 따른 충격으로 우울증이 심해져 「차라리 자살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중환자의 외형과 달리 신문사항에는 대부분 빈틈없이 임해 대조를 이뤘다. 정총회장은 1심때와 마찬가지로 權魯甲(권노갑)의원에게 돈을 준 대가로 청탁을 했는지 여부를 묻는 검찰측 신문에 「모르쇠」전략으로 일관했다. 황의원은 『당시 金時衡(김시형)산업은행총재에게 전화한 것은 한보대출을 위한 「청탁전화」가 아닌 단순한 「문의전화」였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특히 황의원은 정총회장에게서 받은 2억원에 대해 『지역구의 예천전문대 설립후원금으로 한푼도 안쓰고 그대로 송금했다』며 어느 대목에선 중환자답지 않게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의원은 검찰측 신문에 『혀가 굳어 말하기가 힘들다』며 『1심때 진술한 내용이 모두 사실이다』며 만사가 귀찮은 모습이었다. 텁수룩한 얼굴에 부상한 듯 오른팔을 흰색수건으로 감싸고 나온 김전장관도 재판내내 머리를 왼편으로 늘어뜨리고 모든 것을 체념한 듯 했다. 〈이호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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