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어른들이 욕할 자격 있나요』

  • 입력 1997년 7월 16일 20시 43분


『어른들중 죄없는 자만이 이 아이들에게 돌을 던져라』 「타락한 10대」의 대명사처럼 돼 버린 중고생 출연 음란비디오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송파경찰서의 형사들은 16일 관련학생 7명에 대한 1차조사를 마친 소감을 성경의 한 구절에 빗대 이처럼 토로했다. 꼬박 이틀 밤을 이들과 함께 생활했던 형사들은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란 말이 있듯이 이번 사건 역시 우리 어른들의 이중적이고 왜곡된 성윤리와 가치관이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창피해서 죽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하던 「여주인공」 최모양(15·S중 2년)은 흥분이 가라앉자 담당형사에게 『우리를 욕하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어요. 단란주점에서 「미짜(미성년자)」만 찾고 「2차(외박)」나가자고 끈적댈 땐 언제고…』라며 나름의 불만을 털어놨다. 「감독 겸 주연」을 맡았던 김모군(17·S공고 2년)의 유일한 성교육지침서는 각종 음란비디오테이프였다. 김군은 경찰에서 『부모님이나 선생님같은 어른들은 「어릴 때 그런 것 보면 안 된다」고 하시지만 유해 음란테이프를 우리같은 청소년들에게 판 것도 어른』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거울」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은 「어두운 곳에선 자기의 욕망을 채우기 바쁘고 밝은 곳에선 자신들의 체면을 세우기 급급한 야누스」였던 셈이다. 관련학생들의 학교 뿐만 아니라 문제의 테이프가 대량 유통됐던 학교들은 학교 이름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이들에 대한 법의 심판에 앞서 서둘러 제적 방침을 세운 학교도 있다. 몇몇 관련학생의 부모들은 자식이 검거된 지 만 하루가 지나도 경찰서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희대의 사건」으로 모두에게 충격을 준 이번 일은 결국 우리 모두가 공범일지도 모른다. 「어린이는 언제나 어른의 거울이요, 청소년은 늘 기성세대의 축소판」이었기 때문이다. 〈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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