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무정부상태』… 지식인-인민 民心이반 가속화

  • 입력 1997년 6월 19일 19시 29분


북한은 올들어 식량난이 극심해지면서 중앙당의 명령이 지방에서 상당부분 무시되고 있고 평양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통행증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화하는 등 국지적으로 무정부상태 현상까지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지식인이나 일반 인민들이 金正日(김정일)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털어놓는 등 작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었던 민심이반 현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드나들며 정치범수용소의 비인간적인 모습과 굶주림의 공포에 떠는 북한주민들의 참상을 비디오테이프에 담아 본보(19일자 1,2,3면)에 제공한 한 재일교포는 19일 본보 기자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부터 중앙당이 군을 제외한 각 지방에 식량배급을 끊고 「식량문제를 지방별로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린 이후 올들어 국경의 사회안전부 직원들이 중국으로 식량을 가지러 가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국경지방의 사회안전부 직원들은 탈북자를 검거하면 처형하거나 강제수용소로 보냈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사회안전부의 간부조차 『당이 먹여주지 않는 상태에서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먹을 것을 찾으러 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막느냐』며 사실상 탈북자들을 제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 사업가는 『주민이 국경을 넘어가는데도 사회안전부 직원들이 모르는 체하는 장면도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대량탈북사태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국이 이같은 상황을 원치 않고 내륙지방의 사람들은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어 가까운 장래에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그는 작년 3월부터 대학교수 교사 등에게 식량배급이 끊기고 금년부터는 월급마저 주지않아 인민들은 물론 지식인들이 입버릇처럼 『수령님(김일성을 지칭)이 계실 때는 이렇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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