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하슬레초등학교 4학년 국어 작문시간.
어린이들은 교사가 정해준 주제로 열심히 글짓기를 하고 있었다. 담임 베리트 킬(40·여)은 교실을 돌아다니며 어린이들의 글 내용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을 도와 주기도 했다.
이때 뒷자리에 앉아있는 프레드릭이 갑자기 책상 서랍에서 다른 공책을 꺼내더니 무언가 열심히 적고 있었다. 선생님 몰래 다른 과목 숙제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프레드릭은 지금 뭐 하고 있니』
한동안 프레드릭을 지켜보던 킬이 프레드릭에게 다가가 물었다. 프레드릭은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 지금 악보에 옮겨놓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 같아서요』라고 대답했다.
『그래. 다 끝나면 선생님에게 보여줄래』 킬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교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학생도 더러 눈에 띄었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한 선생님의 배려였다.
이곳 교사들은 아이들이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하기 위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표현한 것에 대해 교사들은 「자신의 눈높이」에서 판단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주기 위해서다.
사실 프레드릭이 그리고 있던 악보는 모양이 이상했다. 오선지가 그려져 있지도 않았고 음표도 제대로 없이 길고 짧은 막대를 나란히 세워 놓은 듯한 모양이었다.
『제가 얼마전에 개발해낸 악보예요. 음악책에 나온 대로 하려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그래서 조금 간단하게 만든 거예요』
선생님도 프레드릭이 개발한 악보를 무시하지 않았다. 굳이 책에 나온대로 그리도록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방법 같은데』라고 프레드릭을 칭찬해 주었다. 같은 반 친구들은 「프레드릭 악보」라는 이름까지 붙여 주었다.
『아이들에게 기존의 방식을 따르도록 고집해서는 안됩니다. 이 아이들이 가진 독특한 생각이 장차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죠』 킬의 설명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스텐배캬 초등학교는 매년 교사와 교직원들이 아이들을 위해 촌극을 공연한다. 아이들앞에서 우스꽝스러운 광대복장을, 얼굴에는 페인트칠을 하고 머리는 삐삐머리로 땋은 선생님들에게서 권위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무언극을 하기도 하고 고함을 지르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사회를 맡은 선생님은 짤막한 공연이 끝날때마다 배꼽을 잡고 웃는 아이들에게 어떤 내용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다.
한 선생님이 먼산을 쳐다보며 손수건에서 물을 짜고 있는 무언극을 공연한 뒤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생각을 얘기했다.
『물을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가는 거예요』
『친구와 싸운 뒤 울고 있었어요』
다른 친구와 같은 대답을 하는 아이는 없다.
이것은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키워주기 위한 이 학교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핀란드의 투르크에 있는 요켈라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 아포 카랴라이엔(43)은 아이들에게 책을 한권 읽을 때마다 독서카드를 작성해 칠판 맨윗부분에 붙이도록 한다.
한학기에 칠판 한쪽 끝에서 다른 끝까지 다 붙이면 그날 하루는 아이들에게 하루종일 자유시간을 준다. 이날 만큼은 아이들이 교내에서 야구 축구 고무줄놀이 등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카랴라이엔의 설명은 이렇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상상력을 갖게 됩니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빠져들게 되죠』
〈오슬로·스톡홀름·투르크〓신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