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시위참가 근로자 프락치오인 타살…시체 병원유기

  • 입력 1997년 6월 5일 07시 57분


한양대에서 농성중이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한총련 시위에 참가중이던 20대 근로자 李石(이석·23)씨를 경찰 프락치로 오인,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 폭행치사·유기 ▼

한총련측은 4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3일 오후5시경 학생회관 5층에서 서성이고 있는 이씨를 발견, 같은 층의 교지자료실로 데려가 손을 묶고 조사하던 중 이씨가 조사를 맡은 학생의 목을 졸라 몇차례 가격했다』고 주장했다.

한총련은 이어 『4일 오전2시경 조사를 마치고 함께 잠을 잤는데 오전 9시경 깨어보니 이씨가 이상해 한양대병원으로 옮겼다』면서 『이씨 사망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총련 소속 대학생 2명은 이날 오전 9시15분 팬티만 입은 상태인 이씨 시체를 승용차로 한양대 부속병원 응급실에 실어다 놓고 그대로 달아났다.

▼ 수사 ▼

경찰은 한총련측이 기자회견을 통해 이씨의 폭행에 가담한 학생이 2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황에 비춰볼 때 더 많은 학생들이 폭행에 가담했거나 이를 지시한 학생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경찰은 이씨의 시체를 병원 응급실에 실어다 놓고 달아난 2명이 한양대 총학생회 총무차장 신대균씨(22·산업공학4년)와 권순욱씨(20·건국대농학 2년)임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서울성동경찰서 李珍球(이진구)형사과장은 4일 오후 11시반경 한양대에 남아있던 尹成道(윤성도)한양대 총학생회사무국장과 만나 『5일 오전중 신씨와 권씨 등 관련자 전원을 경찰에 출두시켜달라』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한총련측은 『경찰의 요구에 조건없이 따르겠다』고 밝혔다.

姜渭遠(강위원·27·전남대국문과 4년)한총련 의장도 이날밤 11시15분 서울대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갖고 『이씨를 직접 폭행한 건국대생 2명과 목격자와 참고인 5명 등 모두 7명을 변호사입회하에 5일 오전중 경찰에 출두시키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 『필요하다면 나 자신도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총련측은 『시위가담학생 및 수배된 학생들의 안전귀가를 경찰이 보장하면 가해자를 자진출두시켜 조사받게 하겠다』고 버텼다.

한편 한양대내에 남아있던 학생 1천여명은 이날밤 늦게 경찰의 포위망을 기습적으로 뚫고 달아났으며 경찰은 이 중 2백여명을 붙잡아 조사중이다.

▼ 부검 ▼

姜信夢(강신몽)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부장은 5일 오전1시 부검을 마치고 『이씨가 손목이 묶인 상태에서 머리 허벅지 장딴지 등 신체표면의 40%에 이르는 부위를 몽둥이나 이와 유사한 둔기로 셀 수 없이 두들겨맞아 2천㏄이상의 피하출혈을 일으켜 사망했다』고 밝혔다. 강부장은 또 『이씨는 심한 구타로 온 몸의 근육과 지방이 뭉개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철용·정위용·이명건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