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씨 프락치오인 폭행 사망한듯』…경찰 부검 실시키로

  • 입력 1997년 6월 4일 15시 55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제5기 출범식을 강행하기 위해 농성중이던 한양대 교내에서 20대 초반의 남자 1명이 폭행당해 숨졌다. 4일 오전 9시15분께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부속병원 응급실에 온몸에 타박상을 입은 李石씨(23·선반기능공·전남 해남군 해남읍 소석리 126)가 서울 2호 6587호 엘란트라 승용차편으로 건국대 농학과 2년 權純郁씨(24)와 한양대 총학생회 총무차장 신대균씨 등 2명에 의해 실려왔다. 응급실 의사의 검안결과 李씨는 병원에 도착하기전 이미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위중 다친 학생들을 치료하기 위해 한양대 학생회관 3층 임시진료반에 있던 金德坤씨(21·한양대 간호학과2)는 『오전 9시께 5층에서 남학생 한명이 내려와 「급한 환자가 있다」고 해 5층 교지자료실로 올라가 보니 숨을 멈춘 상태에서 맥박만 약하게 뛰고있는 남자가 누워있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상태가 악화돼 병원으로 옮기도록 했다』고 말했다. 시신을 1차 검안한 이병원 수련의 全雲玄씨(25)는 『대학생 2명이 「학생회관에 남자 한명이 쓰러져 있었는데 상태가 이상하다」며 환자를 응급실로 데려왔는데 이미 숨져 있었다』며 『이 남자 몸에는 골절상은 없었지만 두 허벅지 엉덩이 어깨 팔꿈치등 거의 전신에 심한 피멍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신에 몽둥이에 맞아 생긴 것으로 보이는 타박상과 함께 양쪽 어깨와 엉덩이 부분 등에서 피하출혈이 발견됐고, 왼쪽 손목에 한총련 학생들이 사용하는 스카프가 묶여 있었던 점으로 미뤄 李씨가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 프락치로 오인받아 학생들에 의해 폭행당한뒤 숨진 것으로 보고 한양대 병원 등에 수사진 20여명을 급파, 목격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경위를 조사중이다. 경찰은 특히 李씨가 병원도착 당시 사후에 나타나는 강직현상이 많이 진행되지 않았고 몸이 부어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전날인 3일 폭행을 당한 뒤 휴유증으로 이날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검찰의 지휘를 받아 부검을 실시키로 했다. 경찰조사 결과 전남 해남군 계곡면 민원봉사계장인 李병욱씨의 3남중 장남인 李씨는 지난 93년 해남고를 졸업한 뒤 서울 돈보스꼬 직업훈련원에서 2년과정을 마치고 지난 4월 경기도 수원의 모 공업사에서 일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李씨의 아버지 李병욱씨(52)는 『최근 석이가 친척에게 「데모하러 간다」는 내용의 전화를 했었다는 말을 전해들은 뒤 소식이 끊겼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한양대에는 1천2명여명의 학생들이 각 지역 총련별로 교내 곳곳에서 집회를 갖고 있었고 학생회관 5층에는 교지자료실을 비롯 한총련과 한양대 총학생회 및 학보사 사무실이 들어있다. 한편 한총련은 『학생회관에서 사람이 죽은것이 사실이며 정확한 경위를 자체 조사중』이라며 李씨가 숨진 학생회관 5층에 대해 취재진과 경찰의 접근을 막고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