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원 골칫덩이 김지호씨,벤처기업사장 변신 『報恩』

  • 입력 1997년 5월 14일 20시 34분


학창시절 컴퓨터 게임에 빠져 공부는 뒷전이던 「말썽꾸러기」가 어엿한 게임업체 사장이 돼 모교에 보은(報恩)의 주식을 기증했다. 제적위기까지 몰렸다가 학교측의 따뜻한 배려로 꿈과 이상을 펼친 주인공은 지난 9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졸업한 金志昊(김지호·25·풀바람시스템사장)씨. 지난 90년 KAIST 전자계산학과에 입학한 김씨는 처음부터 학교 공부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다. 게임이 유일한 취미고 관심사였다. 인터넷에 탐닉하면서 컴퓨터 게임인 「머드」에 빠졌고 머드 게임을 분석하다보면 매일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이렇게 보내기를 3년여. 어느덧 게임도사가 됐다. 그러나 학교 성적은 바닥을 면치 못했다. 밤낮을 거꾸로 살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결국 일이 터졌다. 학교에서 「학점 부족으로 졸업을 못한다」는 통보를 받은 것. 고민에 빠져 어찌 할 바를 모를 즈음 뜻밖의 구원의 손길이 인터넷에서 왔다. 통신을 통해 사연을 알게 된 마리텔레콤 張仁敬(장인경·여·46)사장이 학교측을 설득해 보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뛰어난 재능을 국내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쓰기 위해서도 반드시 구제를 해야한다고 믿었습니다』 장사장은 같은 서울대 공대 출신인 KAIST 교수들을 상대로 설득작전을 폈고 결국 그를 무사히 졸업시켰다. 졸업후의 관심사도 역시 게임. 김씨는 연구에 몰입한 끝에 지난 94년 2월 순수 우리 기술로 머드게임 「단군의 땅」을 개발하는 개가를 올렸다. 장사장은 재학중인 김씨를 연구원으로 채용한 후 김씨가 졸업하자 자회사인 풀바람시스템을 맡겼다. 『학교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고자하는 뜻에서 주식을 기증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증식은 지난 13일 대전 대덕의 KAIST 원장실에서 있었다. 김사장이 이번에 기증한 주식은 마리텔레콤 지분 2천주. 여기에 장사장이 4천주를 보탰다. 모두 합쳐 시가 1억5천만원 정도밖에 안되지만 KAIST교수들에겐 스승의 날을 맞아 더없이 큰 선물이었다. 〈홍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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