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의문점]「보트피플」이 웬 휴대전화?

  • 입력 1997년 5월 13일 20시 33분


해상 탈북가족들이 타고온 선박에서 북한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품들이 발견된데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남한의 「디스」담배 한갑과 국산라면 「안성탕면」은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 모토롤라사의 휴대전화와 라디오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이들이 타고온 32t급 목조어선의 구입경위도 석연찮다. 북한의 「첫 보트피플」이라는 당국의 발표를 곧이 곧대로 믿지못했던 것은 지난 1월 김영진 유송일씨 두가족 8명의 석연찮은 귀순경로가 상기됐기 때문이다. 또다시 공안당국의 공작이 개입되지 않았을까 하는 여러가지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이들이 탄 선박이 중국 밀입국 선박이라는 국방부의 최초 상황보고에서 비롯됐다. 물론 이들이 타고온 선박이 중국 어선단에서 이탈한 상황때문이었던 것으로 추후 설명됐다. 그러나 최초발표에서는 이들이 신의주로부터 출발했다는 사실이 감춰졌었다. 이에 따라 귀순가족들은 북한에서 직항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일정기간 머물며 치밀한 사전준비를 거쳐 남한으로 건너온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 한때 나돌았다. 이 과정에서 공안당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의혹이다. 국방부 등 관계당국의 추가설명에서 귀순가족들이 신의주를 출발, 평북 철산군 동천수산부두를 거쳐 공해상으로 나간뒤 남행했다는 귀순경로가 밝혀졌지만 여전히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선박 구입경위와 발견된 물품들 때문이다. 이에 대해 관계당국은 이들의 신문내용을 아직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기관장 김원형씨의 쌍둥이 동생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김일형씨가 중국에서 기관장 김씨에게 2만달러를 건네 이 돈으로 중국에서 배를 사고 탈출을 위한 식량을 구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선장 안선국씨와 기관장 김씨가 외화벌이 지도원으로 중국에 자주 드나들었기 때문에 선박구입이 비교적 쉬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에서 선박을 사들여 어떻게 북한으로 갖고 들어갔는지에 대한 배경설명이 없으며 이점 또한 의문으로 남아 있다. 이와 함께 국산 담배와 라면 및 모토롤라 전화기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이 없다. 담배와 라면은 두만강 일대에서 중국 조선족 무역상을 통해 구입했으며 모토롤라 휴대용 전화기는 미국의 동생을 통해 입수했을 것이라는 군관계자들의 추측이 고작이다. 이때문에 군관계자들도 이같은 의구심이 제기되는데 대해 곤혹스러워 하면서 공안당국의 통제를 떠난 정확한 상황설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황유성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