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자부인 딸과 동반자살…문화적 이질감속 우울증 고통

  • 입력 1997년 5월 8일 20시 07분


탈북 귀순자를 뒤따라 서울로 와 결혼식을 올린 러시아 여인이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후 여섯달된 딸과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7일 밤 8시반경 서울 강서구 가양3동 도시개발아파트 8층에서 러시아 벌목공 출신 귀순자 최모씨(39)의 부인 최율리아씨(26)가 딸 영옥양을 안고 아래로 뛰어내려 딸과 함께 그 자리에서 숨졌다. 숨진 최씨는 남편과 함께 안방에서 TV를 보다 바람을 쐰다며 딸을 데리고 베란다로 나가 뛰어내렸다. 최씨는 『아내가 서울에 온 뒤 고향을 그리워하고 우리 말을 하지 못해 심한 우울증세를 보였다』면서 『이웃 사람들로부터 아내가 창문만 바라보고 자주 울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최씨가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러시아에서 벌목공으로 일하다 지난 94년 5월18일 귀순했으며 벌목장을 탈출해 도피중에 만나 알게 된 아내를 서울로 초청, 지난해 3월23일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었다. 〈윤종구·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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