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태씨 자살」특위위원반응]『우리가 증인 죽인꼴…』

  • 입력 1997년 4월 29일 09시 03분


한보청문회에 출석했던 朴錫台(박석태)전제일은행상무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28일 오후 국회 한보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모두 『충격적이다』『뭐라 할말이 없다』며 허탈해했다. 의원들은 특히 『박씨가 비교적 솔직하게 한보에 대한 대출과정을 진술했다』면서 『의원들도 한보사건으로 직업까지 잃은 박씨에 대해 동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朴在潤(박재윤)전통상산업부장관에 대한 질의를 벌이다 말고 삼삼오오 의원휴게실로 나와 박씨의 죽음을 애도했다. 박씨와 한동네에 사는 신한국당 朴柱千(박주천)의원은 『지난 17일 박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끝내고 위로차 망원동 자택을 찾아갔었다』며 『그러나 그때 박씨는 밖에 나가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의원은 『내가 위로의 말을 건네자 박씨는 「이런 식으로는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며 『당시에는 마음이 상해 그러려니 했다』고 놀라워했다. 박의원은 또 『박씨로부터 청문회 내내 자신의 아내가 TV를 보며 하루종일 울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박씨는 망원동에서 수재를 세번이나 당했지만 24년간 30평짜리 집에 살 정도로 청렴했다』고 회고했다. 유서에 실명이 거론된 국민회의 金元吉(김원길)의원은 박전장관의 증인신문에 앞서 『동문인 박전상무의 자살소식을 듣고 솔직히 증인신문을 하고 싶은 마음이 안든다』고 허탈해했다. 신한국당 李思哲(이사철)의원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며 『꼭 우리가 박씨를 죽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청문회 때문에 박씨가 죽음을 결심한 것이 아닌가 몹시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신한국당 金學元(김학원)의원도 『실체적 진실규명은 하지 못하고 애꿎은 증인만 죽음으로 몰았다는 비난이 일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침울해했다. 의원들은 박씨에 대한 증인신문 속기록을 뒤적이며 혹시 박씨의 가슴에 못을 박을 만한 말을 한 적이 없는지 확인했다. 일부 의원들은 『박씨는 청문회에 나온 뒤에도 여러차례 검찰에 불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문회보다는 검찰조사의 중압감 때문에 자살한 것이 아니냐』며 은근히 검찰쪽을 겨냥했다. 〈윤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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