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재수사]정치권『조기매듭』요구-내부이견『갈팡질팡』

  • 입력 1997년 4월 12일 20시 05분


한보비리와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의혹을 재수사중인 검찰이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밖으로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떠오른 정치권과 시중은행장 등 금융계로부터 「음모론」 「경제 죽이기」라는 반발과 비난이 있고 검찰 내부에서도 형사처벌 대상자의 범위 및 처벌수위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른바 「정태수 리스트」에 오른 인사를 비롯한 일부 정치인들은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지난 9일부터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한보에서 돈을 받은 정치인중 일부만이 검찰수사대상에 오른 것 같다. 검찰수사가 정치적 음모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보비리와 관련없는 의원들도 동료의원들의 잇따른 금품수수의혹 보도에 「빅뱅」을 우려하며 사건의 조기매듭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수뇌부의 사무실에는 최근 정치인들의 항의전화가 쇄도해 일을 제대로 못할 지경이라고 검찰관계자는 전했다. 금융계 역시 검찰이 1차 수사 때 무혐의 처분한 은행장들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형사처벌하려들자 『이런 식으로 처벌한다면 은행의 대출업무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형사처벌대상자로 지목된 은행장들은 『한보가 사후에 부도났다는 이유만으로 관련자를 처벌한다면 매년 은행당 20여명씩은 형사처벌해야 할 판』이라며 검찰의 수사태도를 비난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겉으로는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생떼』라며 이를 일축하고 있다. 언제는 리스트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다가 수사에 착수하니까 음모론을 제기하며 조기매듭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은행장을 처벌하면 대출이 안돼 경제가 안돌아간다는 주장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기업과 경제부처 등 관련 기관에 기생, 경제논리를 무시하고 경제를 왜곡시켜 온 정치논리를 제거함으로써 오히려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검찰 내부에도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수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적지않다. 검찰수뇌부와 일부 수사관계자들은 『한보비리를 캐내는 것도 좋지만 이 사건을 무한정 끌고갈 수는 없다』며 조기매듭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검찰이 정치적 경제적 고려를 배제하고 비리의 전모를 밝혀내야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과연 「성역없는 수사」가 끝까지 가능할 것인지는 불투명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하종대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