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은 참 많이 변했다. 그중 특히 아쉽게 느껴지는 건 사회가 좀 각박해진 것이다.
지난 67년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이후 한국 하면 즉각 떠오르는 인상은 「정(情)이 살아 숨쉬는 사회」였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정말 다정했다. 문제가 있으면 서로 도와주려했고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과 함께 술자리도 자주 가졌다. 당시 학생들이 나에게 붙여준 별명은 「한잔만」이었다. 버스를 타면 앉아 있는 사람이 가방을 들어주었고 카페에 혼자 앉아 있으면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서 말을 걸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것은 물론 가방을 들어주겠다는 사람도 거의 없다. 전에는 「제발 사람들이 다가와 말을 안 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가끔 그런 것이 그리워지기조차 한다.
서비스 업종에서 친절하지 않은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서비스에 일관성이 없다. 자기 기분이 좋으면 친절하고 기분이 나쁘면 불친절하게 대한다. 서비스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은 것이다. 버스기사가 차를 거칠게 몰아도 승객들은 별다른 항의조차 못한다. 서비스 업종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그 자리에 왜 있는지 존재이유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한국인들은 나와 한가족이다. 고향인 시카고에 갈 때가 되면 빨리 가고 싶지만 한달 정도 머물다 보면 돌아오고 싶어진다.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다 보면 택시기사도 한가족같고 모두가 나와 관계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한국인이 한가족같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 한가지 있다. 「세계 속의 한국」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과 다른 특별대우를 받으려는 것 같다. 외국에 가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분명 학교 규칙이 있음에도 자기들만은 예외적용을 받으려고 한다. 무역도 그런 것 같다. 상품을 수출하려면 시장도 개방해야 하는데 한국은 너무 자주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달라며 상호 동등이 아니라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것 같아 보인다.
존 홀스타인(성균관대 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