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PC통신에선]

  • 입력 1997년 4월 3일 08시 52분


▼내놓고 음담패설…철퇴해야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 나가보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제목들이 난무한다. 내용이야 보나마나 뻔하다. 말도 안되는 화면구성에다 연기도 더빙도 아예 수준이하다. 같잖은 작품이니 속셈이야 뻔하지 않은가. 어떻게든 제목 하나로만 흥행을 노리는 비디오제작자들의 파렴치. 자극은 갈수록 강도가 심해질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닌다. 낯뜨거운 제목들. 도대체 어디까지 갈지 걱정스럽다. 「젖소부인 바람났네」의 흥행성공으로 시작된 아류들의 행진을 보자. 「연필부인 흑심품었네」 「만두부인 속터졌네」 「꽈배기부인 몸풀었네」 「삐삐아줌마 진동왔네」…. 죄다 여성을 천박하게 묘사하는 유치한 제목들 아닌가. 이정도만 해도 약과다. 최근엔 더욱 노골적이다. 「쌍코피」 「주니까 먹지」 「콩까는 마님」 「영자야 문열어라」 「누가 뽕밭에 불을 질렀나」 「애들은 재웠수」 등등. 이거야 내놓고 음담패설을 떠벌리자는 얘기 아닌가. 「10 10」 「69」에 이르면 할 말이 없다. 선정적인 선전포스터와 이를 부추기는 얄궂은 언어들. 성을 상품화하는 지독한 장삿속. 그러고도 『외설』이니 『예술』이니 떠벌린다니 가증스럽다. 추상같은 칼날이 요구된다. (유니텔ID·lanovia·next02) ▼삶의 한부분…웃어넘기면 그만 겉으로는 점잖은 체하면서 뒤로 호박씨 깐다면 솔직하지 못하다. 에로영화도 나름의 목적과 역할이 있는 법이다. 찾는 사람도 없는데 어느 제작자가 나서겠는가. 무조건 매도할 일은 결코 아니다. 유교윤리에 철저히 매여 살던 조선시대에도 「빨간책」은 있었다. 그것도 적나라하기 그지없는 내용이었다. 당대 최고의 예술가였던 김홍도의 풍속화를 보라. 그게 바로 우리 생활의 진솔한 부분이고 중요한 생명의 원천 아닌가. 왜 하나의 잣대로만 재려 하는가. 현대는 다양성의 시대다. 영화라고 언제나 심오하고 진지하라는 법은 없다. 가볍게 양념처럼 웃어넘길 수 있는 영화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에로영화 제목을 「페미니즘과 성의 역학관계」라고 붙여서야 웃기지 않겠는가. 괜히 멀쩡한 사람 어리둥절하게 만들 일이 뭐 있는가. 에로영화가 주로 다루는 불륜만 해도 그렇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불륜은 예술의 영원한 소재가 아니었던가. 겉으로 도도한 인간도 속으론 은근히 관심을 갖는 법이다. 윤리도덕에 얽매여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는 수단으로도 유용하다. 호기심 충족과 대리만족에도 역할을 한다. 오히려 가식없는 솔직담백함이 에로영화의 강점 아닌가. (유니텔ID·ioryovic·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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