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이야기]「교통사고 사망 1위」 분석

  • 입력 1997년 3월 16일 09시 44분


[이영이 기자] 건설회사에 다니는 장태민씨(34)는 요즘 자동차가 무섭다. 재작년말 회사동료(당시 31세)가 울산 출장길에 자동차 정면충돌사고로 세상을 떴을 때 한동안 머리가 멍했다.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올초 입사동기(35)가 여수출장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출장중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회사에선 아예 자동차로 출장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는 우겨서 자기차를 몰았던 모양이다. 『유가족을 돕기 위해 동기생끼리 매달 성금을 걷고 있습니다. 동기모임이 있을 때마다 「가족을 위해서 자동차는 몰지 말자」고 다짐한답니다』 대기업 과장 Y씨(36·서울 은평구 대조동)는 얼마전 자동차를 잃어버렸다가 이틀만에 찾았다. 회식후 자동차를 몰고 집에 온 것 같은데 다음날 깨어보니 아파트 주차장에 있으려니 했던 자동차가 온데간데 없었다. 경찰에 도난신고를 하니 청량리부근 파출소에서 차량을 보관하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아니, 큰길에서 라이트를 켠채 차안에서 잠을 자면 어떡합니까. 택시에 태워보냈는데 아무 기억도 안나는 모양이죠』 머리를 긁적이는 그의 귓가를 때리는 순경의 충고 한마디. 『젊은 나이에 멀리가시면 남은 가족은 어쩝니까. 할 일도 많으실텐데요』 인생에 대한 승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0대. 불투명한 가운데 서서히 자신의 미래를 형상화해가는 30대에게 느닷없는 죽음이 많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95년 사망원인 분석」을 보면 30대 사망원인중 가장 많은 것이 교통사고였다. 남자는 인구 10만명당 58.7명, 여자는 10.9명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40대엔 간질환, 50대엔 뇌혈관질환 등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질병사가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30대의 또 다른 주요사인들과 비교해보아도 교통사고의 무서움은 피부에 와 닿는다. 남자의 경우 △간질환 16.5명 △자살 12.6명 △심장질환 10.5명 △뇌혈관질환 7.3명, 여자는 △자살 7.2명 △위암 7.2명 △심장질환 4.9명 △뇌혈관질환 4.7명 등의 순. 30대 교통사고 사망에 대해 양원근 LG화재 사고보상부장은 『인생에서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로 사고위험에 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40대는 관리직으로 승진해 내근을 주로 하지만 30대는 외근이나 출장이 잦고 직장내에서 허리역할을 하느라 과로운전을 하기 쉽다는 것. 또 회식 등 술자리에서 상하 동료들의 눈치를 보며 분위기를 살리느라 한잔 더 하다보니 음주운전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경찰청 통계에도 30대의 운전습관이 그대로 드러난다. 95년 사망교통사고 발생원인을 보면 30대 비중이 △음주운전 39% △과속 38% △중앙선침범 34% △신호위반 34% △안전거리 미확보 38%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30%를 넘었다. 무슨 이유일까. 『30대는 대부분 손수운전자인데다 여유라고는 없는 사회생활에 묻혀 있지요. 조급증을 내며 과속이나 중앙선침범 신호위반 등 중대과실을 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 『30대는 사회적인 성취욕 등 욕망은 많고 집중력은 떨어집니다. 외부 위험에 대해 민첩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건강이나 젊음에 대한 과신으로 위험신호를 무시하기 쉽습니다』 (양창순 백제병원 부원장·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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