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여파 「임원3無시대」…독방-車-비서뺏기고 급여 깎여

  • 입력 1997년 3월 4일 19시 39분


「임원 잔치는 끝났다. 임원은 더 이상 기업의 별이 아니다」. 넓은 사무실에 개인비서, 번쩍이는 고급승용차…. 사원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던 「기업의 별」인 임원들의 「잔치」는 이제 없다. 올초 인사철 「대량숙청」 악몽에서 살아남은 임원들이 이번에는 불황타개책으로 내놓은 「경비절감」바람을 맞아 그동안의 특혜를 「몰수」당하는 등 사원들보다 허리띠를 한구멍 더 졸라매도록 요구받고 있다. 진로그룹은 「경쟁력 30%올리기 실천계획」으로 올해 전무급 이하 임원들의 임금을 동결한데 이어 상여금을 연700%에서 600%로 깎았다. 또 영업직을 제외한 관리부문 임원 20여명에게는 회사가 무상제공해온 차량을 반납하도록 하고 원하는 사람에 한해 중고차가격에 불하받도록 했다. 임원들의 개인사무실 반납은 물론 휴대전화도 영업직을 제외하고는 모두 회수해 사무실 공용으로 사용토록 했다.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각임원의 독방 사무실에 비서 1명씩을 두었으나 최근 전무급이상 8명을 공동중역실에 모으고 공동비서 3명만 배치했다. 또 이사는 아예 방을 없애고 일반사원들과 함께 근무하도록 했으며 개인비서는 모두 현업부서로 재배치했다. 뿐만아니라 지난 1월부터는 임원급여를 10%씩 반납하도록 했다. 삼성그룹도 작년까지는 신임임원들에게 새 차를 제공해왔으나 올해인사에서 신규로 승진한 임원들에게는 렌터카 회사의 중고차를 제공하거나 곧 퇴임하는 임원들의 차량을 물려받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계열사별로 판공비를 20%정도씩 줄이고 해외출장시 임원들의 비행기 좌석등급도 한등급씩 낮추도록 했다. 쌍용중공업은 1박2일로 다녀오던 국내출장의 경우 당일에 다녀오도록 해 숙박비를 줄이도록 하고 자동차유지비도 20%가량 깎았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이제 임원들을 부러워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자칫 임원들이 낭비의 「주범」이었던 것처럼 비춰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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