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출두한지 26시간만인 이날 오후 4시45분경 11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대검청사 1층 로비에서 모습을 드러낸 賢哲(현철)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서서 약 1분동안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
현철씨는 『왜 아무 말도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본의 아니게 국민여러분과 저희 아버님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
현철씨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으며 잠시 눈물을 글썽거렸고 현관 회전문을 통해 빠져나갈 때는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훔치기도.
○…대검 중수부는 야당으로부터 한보대출비리사건의 배후인물로 지목받고 있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에 대한 조사가 「면죄부를 부여하기 위한 형식적인 수사」라는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유난히 모양갖추기에 신경쓰는 모습.
검찰 내부에서는 △김씨가 피의자가 아니라면서도 출두할 때와 귀가할 때 모두 언론에 공개한 점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의 네아들과 대질신문을 하면서 철야조사한 점 △정총회장 아들들의 출두 모습을 공개한 점 △국민회의 사무총장에게 김씨의 한보비리 관련 증거를 제출해 달라고 공개요구한 점 등은 모두 「검찰로서는 할만큼 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 정설.
검찰 관계자는 또 『김씨를 밤샘조사하더라도 국민들의 의혹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검찰조사에서 한보와 무관함이 밝혀지면 국회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두하지 않을 명분이 설 수도 있지 않느냐』고 검찰출두 배경에 대해 나름대로 설명.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신분 때문에 김씨의 조사받는 태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으나 검찰 내부에서는 김씨가 비교적 예의를 깍듯이 갖추며 조사를 받았다는 후문.
한 검찰관계자는 『김씨는 검찰에 출두한 날 자정까지 조사를 받고 수면을 취했으며 22일 아침 일찍부터 다시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며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자신이 소명자료를 많이 준비해와 검찰의 광범위한 신문내용에 성의껏 답변했다』고 설명.
이 관계자는 또 『김씨는 자신이 정총회장의 아들과 고려대 동문이라는 인연으로 깊은 개인적 유대를 맺어왔다는 시중의 설(說)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부연.
○…한보비리사건 수사의 마지막 수순을 밟고 있는 검찰은 22일 이번 수사에 대한 정리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김씨 수사, 국정감사 답변자료 준비 등 일거리가 겹치자 어느 때보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 검찰은 이날도 중수부 연구관과 중수2과 수사팀 전원을 투입해 「대통령의 아들」과 정총회장의 아들 4명을 상대로 각종 의혹에 대해 강도 높은 신문을 벌이는 등 다부지게 수사하는 모습. 한 수사관은 『한보수사가 끝나자마자 국회 답변자료 준비로 이틀동안 집에도 못들어가고 있다』며 푸념.
○…김씨는 이틀동안의 조사과정에서 검찰의 배려로 특별조사실이 아닌 일반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일반 고소사건에서 흔히 사용되는 호칭인 「고소인」 대신 민주사회연구소장을 역임한 것이 감안돼 「김소장」으로 불리는 등 깍듯한 예우를 받았다는 후문.
검찰 관계자는 『김씨에 대한 조사는 朴相吉(박상길)중수2과장과 검사들이 교대로 했고 강압적인 분위기는 없었다』며 『밤샘조사이기는 해도 잠도 충분히 잤다』고 전언.
〈조원표·이호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