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수사/뒷얘기들]피의자 태도 『각양각색』

  • 입력 1997년 2월 20일 20시 01분


[서정보·조원표·이호갑·신석호 기자]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는 의혹만큼이나 많은 뒷얘기를 남겼다. ○…한보사건으로 구속되거나 소환된 인사들의 조사받는 태도도 각양각색이었는데 洪仁吉(홍인길)의원은 검찰출두전 측근들에게 『모든 사실을 다 얘기하겠다』고 말하며 불만을 토로해 「홍인길 리스트」라는 말까지 등장했으나 검찰 조사과정에서는 자신의 혐의사실외에는 함구로 일관했다. 黃秉泰(황병태)의원은 수사관들의 날카로운 추궁을 웃음과 농담으로 받아넘겨 「여유만만형」으로 분류됐고 李鍾衍(이종연)전조흥은행장 張明善(장명선)외환은행장 金時衡(김시형)산은총재 등은 비교적 고분고분한 「협조형」이었고 우찬목 조흥은행장과 申光湜(신광식)제일은행장은 끝까지 돈받은 사실을 부인하려 한 「오리발형」. 구속전력이 있는 李炯九(이형구)전산업은행총재는 믿는 데가 있는지 「더 이상 겁날 게 없다」는 식으로 당당하게 조사를 받는 「위풍당당형」으로 검찰을 당혹케 했으며 金佑錫(김우석)전내무장관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함께 지낸 야당시절과 자신의 인생역정을 눈물까지 흘려가며 털어놓은 뒤 선선히 혐의사실을 시인한 「읍소형」에 해당. ○…검찰은 당초 여야 실세인 홍인길 權魯甲(권노갑)의원 구속으로 수사의 대미(大尾)를 장식할 계획이었으나 이들의 수뢰설이 일찍 번져 계획을 수정. 검찰은 또다른 여권실세인 황의원과 김전장관을 한꺼번에 구속하는 것으로 화려한 「끝내기」를 바랐지만 북한 노동당 黃長燁(황장엽)비서 망명으로 뜻대로 되지 않아 실망이 컸다는 것. ○…검찰이 한보그룹 金鍾國(김종국)전재정본부장을 지난 13일 뒤늦게 구속한 것은 「괘씸죄」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유력. 한 수사관계자는 『일부언론에 정치인 금품수수설이 잇따라 보도되자 자체조사를 벌여 김씨가 수사기밀을 흘린 것으로 결론지었다』며 『사건발생 이후 거의 매일 조사받은 김씨가 귀가한 다음날 이상하게도 문제의 기사가 나갔다』고 이유를 설명. ○…한보사건 구속자 중 보석취소로 재수감된 李喆洙(이철수)전제일은행장은 보석 직전 부친상을 당한데 이어 최근 아들까지 암에 걸렸고 우찬목조흥은행장은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뒤 비관자살해 우환이 겹친 경우. 또 鄭在哲(정재철)의원은 지난해 6월 재경원 간부였던 사위가 증권감독원비리사건으로 구속된 대검중수부에서 자신도 조사를 받고 구속됐으며 홍인길의원은 구속직전 여동생의 장례를 치르는 불운을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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