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표기자] 대형사건은 으레 숱한 말과 의혹을 남기게 마련인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 사건 수사과정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말은 역시 「깃털론」. 신한국당 洪仁吉(홍인길)의원이 자신의 수뢰설이 알려진 지난 5일 『나는 바람이 불면 날아가는 깃털에 불과하다』고 한 말에서 비롯됐다.
이 말은 일파만파로 또다른 말을 낳았다. 「홍의원이 깃털이라면 몸체는 누구냐」는 말이 그것. 배후인물을 뜻하는 「몸체」는 다시 「젊은 부통령」이란 말로 이어졌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를 「몸체」로 지목한 국민회의는 金德龍(김덕룡)의원과 그의 계보의원들의 미확인 금품수수설이 퍼지자 『여권이 「泣斬德龍(읍참덕룡)」으로 수사를 마무리해 「몸체」를 보호하려 한다』고 「몸체보호론」을 폈다.
여기서 파생된 말이 이른바 「음모론」. 김의원은 자신의 금품수수설이 언론에 보도되자 『대권도전을 막으려는 음모』라고 반박했다. 또 현철씨도 자신이 계속 이번 사건의 배후인물로 거명되자 또다른 「음모론」을 제기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수사초기 검찰 주변에서 가장 많이 쓰인 말로는 「자물통」을 뺄 수 없다.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의 무거운 「입」을 비유한 이 말은 수사가 쉽지 않다는 점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李廷洙(이정수)수사기획관은 『정총회장은 밥먹을 때와 하품할 때를 빼고는 입을 열지 않는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이번 수사가 「정총회장의 미운놈 찍어주기에 의존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여기서 나온 말이 「정태수 리스트」. 정총회장이 미운놈으로 찍어 돈을준 사실을 검찰에서모두밝혔다는 정 관계인사들의 미확인 명단이 그것.
홍의원이 검찰에 소환되기 전날 『왜 나만 희생되느냐. 모두 함께 (감옥에) 들어가자』고 했다는 말은 『홍의원이 돈받은 정치인을 모두 불었다더라』는 설과 함께 「홍인길 리스트」가 화제가 됐다. 그런가 하면 산업은행총재 시절 자신에게 압력을 가한 정치인을 모두 밝히고 자신은 풀려났다더라는 설과 함께 「이형구 리스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번 수사의 성격을 규정하는 말들도 많았다. 김덕룡의원의 「마녀사냥식 수사」, 金大中(김대중)총재의 「막가파식 수사」 「물타기 수사」가 대표적인 예.
한편 이번 수사과정에서는 불과 몇시간도 버티지 못할 뻔한 거짓말들도 숱하게 쏟아졌다.
홍인길의원과 權魯甲(권노갑)의원이 대표적인 경우. 홍의원은 자신의 금품수수설이 알려지자 『사실무근이다』 『정총회장을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결국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