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韓永(이한영)씨 저격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정간첩들의 대북(對北)교신 등 국내암약을 대북정보당국은 얼마나 파악하고 있을까. 이에 관해 당국은 아무 것도 공식확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관계당국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94년7월 金日成(김일성)사망을 분기점으로 북한에서 남쪽으로 날아오는 무선주파수가 종전의 약 1백50회선에서 2백50회선가량으로 늘었다고 한다. 김일성 사망이후 북한이 고정간첩의 숫자 또는 고정간첩들에 대한 지령을 늘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공안분야의 한 당국자는 黃長燁(황장엽)비서 망명사건 이후 국내 고정간첩들의 대북교신이 종전보다 상당히 늘었다고 확인했다. 그 내용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거나 공개할 수 없다고 이 당국자는 말했다.
당국은 고정간첩들의 교신량을 통해 활동중인 고정간첩의 숫자를 대강 역산(逆算)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선주파수 한개당 몇명의 고정간첩이 속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고정간첩조직은 3인1조가 보통이지만 단신(單身)에서부터 10여명까지 다양하다. 고정간첩들의 대북통신방법은 무전기가 전통적이고 제삼국을 통한 팩시밀리도 이용된다.
무전교신은 발신지 포착이 어렵고 발신지를 알아내도 곧바로 추적하거나 검거하기도 어렵다. 고성능 무전기가 개발돼 다량의 내용도 불과 몇초만에 교신을 끝내는가 하면 산에서 무전교신을 한 뒤 산에 무전기를 묻어놓고 하산하는 등 수사당국을 쉽게 따돌리기 때문이다.
암호 해독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강릉잠수함사건때 북한침투원들의 무전교신을 수차례 잡아냈으나 추적에 실패한 것도이 때문이다.
고정간첩들의 팩스이용은 한동안 늘었으나 지난해 무하마드 깐수(정수일)가 북경(北京)과 팩스교신하다 검거된 후로는 부쩍 줄었다고 한다.
급(級)이 낮은 고정간첩조직은 대공수사당국에 노출돼 있는 경우도 많다. 이들의 활동은 대개 파악되기 때문에 서둘러 검거하지 않는다. 접선이나 조직확대 등을 추적하다 결정적 시기에 잡거나 큰 것이 물릴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합법적 토대를 구축해 활동하는 A급 고정간첩의 활동은 잡아내기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고정간첩은 대체로 세 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북한에서 내려와 국내에서 오랫동안 합법적 토대를 마련해 활동하는 경우, 둘째는 이들에게 포섭돼 활동하며 북한에 가 밀봉교육을 받고 온 경우, 셋째는 단순포섭돼 활동하는 경우다. 이들 세 종류 가운데 단순포섭자가 가장 많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김기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