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京〓黃義鳳·東京〓尹相參·李東官 특파원】 지난 12일 북경(北京)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망명을 요청한 북한 노동당 黃長燁(황장엽)비서는 자신에 뒤이어 북한의 고위급간부 5∼7명이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뒤 이들의 명단을 미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16일 밝혀졌다.
황비서는 또 자신의 망명지와 관련,『궁극적으로 한국으로 망명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일시적으로 미국에 망명해도 좋다』고 밝혀 일단 미국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실은 황비서가 망명한 직후인 지난 12일 오후 북경 한국대사관 영사부에서 그와 면담한 미국 중앙정보국(CIA)관계자와 한국정보관계자들에게 황비서가 직접 밝힌 것으로 본사가 입수한 극비면담록에서 확인됐다.
그는 이날 35분간 가진 면담에서 자신에 뒤이어 망명을 준비중인 인물들은 당 간부들이며 그중에는 고위급 간부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측은 황비서의 발언내용과 추가망명 희망자 명단을 최고기밀로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자신의 망명동기에 대해 『결코 권력투쟁에 지쳤거나 일본과의 식량원조협상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북한 내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는 자신이 망명함으로써 북한주민들의 눈을 뜨게 해 체제붕괴의 도화선이 되도록 하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황비서는 이와 관련, 『서방측이 북한체제의 존속을 위해 도와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그것은 역사의 필연에 도전하는 것으로 결국 헛수고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소식통은 황비서의 면담내용에 관해 『황비서의 망명이 돌출적인 단독행동이 아니라 그에게 공감하는 많은 동료들이 장기적으로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왔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