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당국은 15일 밤 북한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 이한영씨를 저격한 범인들이 그동안 국내에서 암약해 온 고정간첩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공안당국은 한편으로 북한이 긴급히 국내에 잠입시킨 북한의 특수공작원들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저격당한 이씨도 이날 총에 맞아 쓰러지면서 부인에게 손가락 두개를 펴 보이며 『간첩이다』라고 소리쳤다. 이씨는 저격당하는 순간 직감적으로 2명의 범인이 간첩임을 알아챘던 것이다.
공안당국은 북한이 이씨에게 테러를 가함으로써 최근 발생한 북한 노동당 黃長燁(황장엽)비서의 한국망명과 관련, 한국정부에 즉각적이고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보낸 이 「경고」는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에게 위협적이고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경찰이 황비서의 망명과 관련,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이날 전국경찰에 「대테러활동강화지시」를 내려 경계활동을 펴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보복테러가 일어난 점, 수도권지역의 대단위 아파트단지에서 저녁무렵 대담하게 범행했다는 점에서 놀랍고 충격적이다.
이는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국내에서 암약하는 고정간첩들을 동원, 보복테러를 가할 수 있는 「능력」과 「기동력」을 갖고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암약 중인 북한의 고정간첩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공안당국은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안기부의 고위당국자는 최근 『국내에 간첩과 사회주의자가 1만명, 사회주의 동조자가 3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힌 바 있다.
공안당국은 국내에서 암약하는 고정간첩이 크게 늘어난 것은 문민정부출범 이후부터라고 말하고 있다. 학원가에서 주사파들이 활개치고 노사분규 등으로 전반적인 사회기강도 느슨해질대로 느슨해져 그만큼 고정간첩의 활동무대가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국민의 안보의식이 해이해진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안기부와 경찰의 대공능력이 문민정부출범이후 급격히 떨어진 것도 고정간첩이 늘어난 원인이다. 5공과 6공시절 「정권안보」에 동원됐던 안기부와 경찰이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러가지 면에서 위축돼 왔다. 정치권에서도 툭하면 「공안정국」 운운하며 안기부와 경찰을 몰아붙여 왔다.
안기부출신의 한 인사는 『요즘 안기부와 경찰의 대공태세와 능력을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하고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 대공태세가 허술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국민들의 해이해진 안보의식』이라고 말했다.
〈이병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