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상고 동창회,스승 황장엽 회상 『얘기꽃』

  • 입력 1997년 2월 14일 20시 10분


[이명재기자] 黃長燁(황장엽)북한노동당 비서가 공부하고 교편을 잡았던 평양상업학교 14회 졸업생들의 모임이 14일 오후1시 서울 중구 입정동 을지면옥에서 열렸다. 20여년간 두달에 한번씩 동창회를 가져왔지만 10명이 참석한 이날 모임은 다른 때보다 얘기꽃이 만발했다. 스승인 황비서가 망명했다는 「낭보」가 전해졌기 때문. 반백의 제자들은 『선생님을 하루 빨리 만나뵙고 싶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45년 입학해 48년 졸업한 14회 동창생들에게 황비서는 특히 잊지 못할 스승이었다. 황비서는 이들이 학교를 다닌 46년부터48년까지이학교에재직했다. 『신문에 실린 선생님의 모습을 봤는데 까무잡잡한 얼굴이며 똑똑한 눈매가 정말 옛날 그대로시더라구』 『까꾸리참외 머리 모양은 또 어떻구』 『공산주의자가 되셨다는 말을 듣고 믿어지지가 않았는데 한국에 들어오시면 왜 그랬는지 한번 여쭤봐야겠어』 스승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좌중엔 연신 웃음보가 터졌다. 金明源(김명원·70·서울 서초구 잠원동)씨는 『황선생님은 경영학을 가르쳤지만 수학 역사 등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만물박사였다』고 기억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崔載勳(최재훈·71·서울 강동구 성내동)씨가 『동창회 차원에서 대대적인 환영회를 열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자 즉각 『그래야지』라는 화답이 터져나왔다. 평양상업학교 총동문회(회장 林魯春·임노춘·8회)도 오는 21일 임원회의를 열어 황비서의 환영행사를 논의할 예정이다. 평양상업학교는 1931년 4월 개교한 북한의 명문실업계학교로 17회에 걸쳐 6백5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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