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기자] 11일 구속된 신한국당 洪仁吉(홍인길)의원과 이에 앞서 소환조사를 받은 李炯九(이형구)전산업은행총재가 검찰에서 조사받으며 한 진술이 막바지 단계에 다다른 한보특혜대출비리 수사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야권 등에서는 자신을 「깃털」에 비유한 홍의원이 조사과정에서 윗선의 「몸체」를 털어놓았다며 이를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또 이씨가 조사를 받은 뒤 무사귀가한 것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까지 거론했기 때문이라고 주장, 정치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과연 이들 두사람은 검찰에서 이같은 내용의 메가톤급 폭탄발언을 했을까. 검찰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밝히고 있으며 이씨도 『그렇게 진술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검찰조사과정에서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 『결코 돈을 받지 않았다』며 당당한 표정이었다고 수사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수사관계자는 『조사실에서 홍의원과 처음 마주쳤을 때 홍의원이 너무나 당당한 표정이라 한번 놀랐고, 「받은 돈을 내가 혼자 챙겼느냐」며 울분을 토로해 두번 놀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홍의원이 울컥하는 심정에서 한보와 관련된 많은 정관계 인사들을 검찰에 찍어줬다며 「홍인길 리스트」가 앞으로의 수사에서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설(說)이 나돌기도 했다.
검찰은 홍의원이 한보특혜대출비리의 「주역」이라고 보고 있다. 홍의원은 문민정부 초기 대통령을 지근지지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총무수석이라는 핵심 위치에서 특혜대출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는 것. 검찰은 홍의원이 여우가 호랑이 행세하듯 「깃털」이면서도 대통령의 위세를 빌려 「몸체」의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씨도 돈받은 사실을 털어놓으라는 수사검사의 매서운 추궁에 믿는 구석이 있는 듯 전혀 위축되지 않고 『한푼도 안받았다』고 맞섰다는 것.
한 관계자는 『이씨가 「한보철강에 대출을 해주라는 전화를 많이 받아 대출커미션을 받을 상황이 아니었다」며 당당하게 진술했다』고 전했다.
대출커미션을 받은 혐의로 구속까지 된 일이 있는 이씨가 한보측에 수천억원을 대출해 주면서 돈을 받지 않은 속사정은 「(홍의원 등 민주계 핵심인사들이 92년 대선자금을 많이 낸)한보를 도와주라는 압력성 전화를 많이 받았는데 내가 어떻게 대출커미션을 받을 수 있었겠느냐」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 수사관계자는 『이씨와 정총회장 등이 대선자금 등에 관해서 넌지시 언급한 것은 사실로 보이지만 김대통령이나 김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에 관해 진술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