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계 쪽은 급류를 타듯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관계 쪽은 소걸음을 계속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검찰은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의 구속만기일인 오는 19일경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검찰의 정 관계 수사는 그 속도와 수위가 어느 정도일 것인지를 상당부분 가늠할 수 있다.정계수사검찰은 수뢰혐의가 확인된 신한국당 洪仁吉(홍인길) 鄭在哲(정재철)의원에 대한 처리를 11일 끝냈다. 당초 검찰은 홍, 정의원 등 여권의 핵심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로 정계 수사의 대미(大尾)를 장식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홍의원과 국민회의 權魯甲(권노갑)의원의 수뢰사실이 돌출함에 따라 검찰의 당초 수사구도는 사실상 백지화됐다. 현재 검찰은 홍, 정의원의 구속이후 여론의 추이를 살펴 정계 수사의 수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홍, 정의원이 거물급이기는 하지만 이들을 구속하는 정도로 특혜대출의 배후가 밝혀졌다고 국민들이 과연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앞으로 홍, 정의원보다 훨씬 비중있는 여권 핵심인사 1,2명 정도를 더 형사처벌하는 수순을 밟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국민회의 자민련 등 야권인사의 수사범위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11일 검찰의 소환요구를 받은 국민회의 권의원은 「배후세력수사」를 조건으로 내세우며 출두를 거부했다. 이같은 야권의 정치적인 공세로 인해 검찰의 야권인사 수사는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검찰의 수사발표가 얼마남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정총회장으로부터 떡값이나 선거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수십명의 여야의원들은 대부분 소환조사를 받지 않게 될 전망이다.관계수사검찰 관계자들은 관계(官界)에 대한 수사는 정총회장이 입을 열지 않아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정총회장은 재기의 꿈을 꺾지 않고 있기 때문에 관계인사들에게 돈을 준 사실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다는 것.
또 당초 수사구도와는 달리 정치권에 대한 수사를 먼저 하다보니 여력이 없어 관계에 대한 수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관계에 대한 검찰 수사대상은 △당진제철소 인허가 과정에 연루된 통상산업부 건설교통부 관계자 △대출과정에 관련이 있을 재정경제원 은행감독원 관계자 △청와대 경제수석실 전현직 고위관료 등이 거론돼 왔다.
검찰은 관계인사들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혐의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소환하기에는 이른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발표에 임박해 중량급 정치인을 불러 형사처벌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늦어도 이번 주말경에는 관계인사를 소환조사하기 위한 선별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崔英勳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