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추기경 명동성당 강론 요지]

  • 입력 1997년 1월 13일 20시 44분


金壽煥(김수환)추기경은 지난 12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가진 미사강연을 통해 노동계 파업사태는 정치권 노동자 사용자가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강론요지. 지금 우리 사회는 여러분이 잘 아시는 바대로 정치 경제적으로 심각한 사태에 빠져 있습니다. 지난 연말 변칙 처리된 노동법 안기부법 등의 개정으로 말미암아 일어난 사태입니다. 이에대한 교회의 입장은 정부나 여야 정치인 사용자 노동계 다같이 극한 대립이 아닌 평화적 방법, 곧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기를 간절히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급한 것은 우리나라를 경제난국에서 구하는 것입니다. 경제가 망해가는 것을 뻔히 눈으로 보면서 탓을 남에게만 돌리고 자기 주장 관철에만 고집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고 세계 앞에서도 부끄러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명동성당이 이른바 성역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 재론되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의미로서는 누가 뭐라고 말해도 물론 성역입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치외법권 지역이냐」, 「그렇게 치외법권으로 보장된 곳이냐」 이렇게 묻는다면 우리는 그렇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여기가 성역으로 보전될 수 있는지 아닌지는 오로지 우리 모두가 이 자리를 성역으로 사랑하고 존중하느냐 않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 말은 단지 정부가 이 자리를 존중해서 법집행을 위한 공권력 투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자리를 피난처로 삼고 있는 이들도 여기를 참으로 성역으로 존중하고 성역으로 생각하는 마음가짐도 갖고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서는 일체의 폭력, 물리적인 폭력은 물론이요 말의 폭력도 있어서는 안됩니다. 성당은 어디까지나 사랑과 용서, 평화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 성당을 배경으로 자기와 뜻을 같이하지 않은 사람을 적으로 몰고 미움을 선동하고 타도를 외치는 것은 참으로 우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의 폭력, 또 행동의 폭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이 자리에서 농성중인 분들에게 여러분이 여기를 성역으로 존중하고 그에 상응하는 언행을 할때만 여기가 비로소 성역으로 보존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 주시도록 간곡히 부탁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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