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부슬하 초등생,고아원 갈까봐 숨진 아버지 열흘간 숨겨

  • 입력 1996년 12월 15일 20시 15분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단 둘이 살던 초등학교 6학년생이 아버지가 숨지자 고아원에 보내질 것을 걱정해 아버지의 시체를 열흘 동안이나 방안에 숨겨두고 지내오다 집주인에 의해 발견됐다. 지난 13일 낮 12시50분경 서울 구로구 고척동 임모씨(50)의 집에서 이집에 세들어 사는 崔完圭(최완규·42·노동)씨가 숨져있는 것을 집주인 임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임씨에 따르면 최씨가 며칠 동안 보이지 않고 방안에서 썩는 냄새가 심하게 나 창문으로 들여다 보니 최씨가 침대옆에 발만 내놓은 채 이불을 덮고 있었다는 것. 임씨는 아무리 창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어 방안으로 들어가 이불을 들춰보니 최씨가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숨진 최씨의 아들(12·D초등교6)은 경찰에서 『지난 3일 오후 바깥에서 놀다 들어와보니 아버지가 쓰러진 채 숨져 있어 무서운 마음에 이불을 꺼내 덮어줬다』고 말했다. 최군은 『아버지는 3년전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신 뒤부터 술을 많이 마셨고 숨지기 3일전부터는 속이 아프다며 물만 마셨다』며 『엄마 아빠가 모두 없으면 고아원에 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겁이나 아버지가 숨진 사실을 숨겼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군이 아버지의 시체를 그대로 둔채 옆방에서 잠을 잤으며 부근에 있는 이모집에 수차례 드나들면서도 아버지가 숨진 사실을 숨겨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씨가 과음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金靜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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