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학생들 『한국은 三多三無의 나라』

  • 입력 1996년 11월 29일 21시 52분


『산 전통 노래가 많은 삼다(三多)의 나라이고 게으른 사람 문맹 청개구리(불효자)가 없는 삼무(三無)의 나라』 『신구와 동서양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나라, 고층건물과 현대적인 도로망들이 오래된 왕궁과 위용을 자랑하는 성문들과 공존하는 곳』『거대하고 오랜 역사를 가진 중국과 호전적이고 공격적인 일본 사이에서 어떻게 그들 고유의 전통문화를 유지하고 자신들만의 문화경계를 지켜왔는지 좀처럼 이해가 안된다』 모스크바의 한국공보원이 한국학을 전공하거나 유관학교에 재학중인 러시아 대학생 및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한국인에 대한 수상」 이라는 제하의 제1회 수필 콘테스트에서 나온 글들에 비친 한국의 모습이다. 이들에게 심어져 있는 한국의 이미지는 사뭇 강렬하다. 한국은 아름다운 자연을 지닌 나라, 고통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고도로 발전한 나라,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나라이며 한국인들은 부지런하고 언뜻 무뚝뚝해 보이지만 사귀기가 쉽고 친절한 사람들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중의 하나인 한국어」에서부터 김치와 판소리에까지 다양하고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었으며 『수험생들을 위해 교통경찰까지 동원할 정도로 교육에 대한 배려가 많은 나라』라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한국인, 특히 서울 사람들은 좀 더 여유있게 살아보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친절하지만 돈을 막 쓰는 습관이 단점이랄 수 있다』 『젊은이들이 미국의 영향으로 자기 나라의 독특한 풍습을 잊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명문 모스크바 국제관계대 3학년으로 외국어대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수학했던 유리 알렉산드로비치는 한국 학생들의 성실한 모습과 모순된 한국 현실과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에 대해 호감을 갖고 회상했다. 반면 그는 「일부 학생들의 무절제한 생활, 권위적인 태도, 스탈린시대의 왜곡된 사회주의에 관한 내용들을 정확한 근거없이 이상화하여 받아들이고 있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편 李廷彬(이정빈)러시아대사는 29일 공보원에서 대상 1명과 최우수상 2명 등 23명을 시상했다. 대상과 최우수상 수상자는 각 3백달러와 2백달러의 상금 이외에 한국여행을 덤으로 얻게 된다. <모스크바=문명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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