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비정규직 2년 기간제법에 “사실상 고용금지법 대안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11일 01시 40분


민노총 지도부 초청 첫 간담회
기간 유연성 높이되 보상 강화 강조… 노동계 “정규직 전환 회피 악용” 반대
가맹점주 등 집단교섭 허용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 본격 추진 시사

민노총 위원장과 악수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민노총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소상공인의 집단적 교섭을 허용하고, 단체행동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단결권은 허용해야 한다”라며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을 본격적으로 시사했다. 이 대통령이 민노총 지도부와 단독으로 간담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민노총 위원장과 악수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민노총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소상공인의 집단적 교섭을 허용하고, 단체행동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단결권은 허용해야 한다”라며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을 본격적으로 시사했다. 이 대통령이 민노총 지도부와 단독으로 간담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사업자가 비정규직을 고용하면 2년 뒤 정규직으로 의무 전환하도록 규정한 현행 기간제법에 대해 “상시 고용으로의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도 사실상 ‘2년 이상 고용금지법’이 돼 버렸다”며 “현실적 대안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임금 격차 문제에 대해서는 “똑같은 일을 하는데 비정규직을 훨씬 더 적게 주는 게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당한 왜곡”이라고 했다. 비정규직 기간제 2년 제한 규정을 손보되,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성을 감안해 임금을 더 주는 방식의 ‘절충안’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 “비정규직 2년 고용금지법, 현실적 대안 필요”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계약해야 한다는 조항만 보면 아주 그럴듯하지만, 현실적으로 고용하는 측에서는 1년 11개월을 딱 잘라 고용하고 절대로 2년 넘게 계약하지 않는다”며 “이런 문제를 실용적으로 어떻게 해결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양극화를 지적하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같은 일을 하고도 덜 받고, 비정규직 기간이 짧을수록 더 적게 받는데 이것은 완전히 반대로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고용 안정성이 낮은 비정규직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기간제법이 악용되는 현실은 인정하면서도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서는 현행 방침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늘리는 것은 고용 불안 연장과 정규직 전환 회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기간제 2년 제한을 4년으로 확대하는 기간제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민노총은 대정부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양대 노총은 이번에도 정부가 기간제법 완화 등에 나서면 투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올 2월 정부에서 범부처 노동구조개혁 태스크포스를 출범하며 ‘기간제 2년 제한 완화’를 논의 과제로 선정하자 노동계에서는 “기업들이 편법적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해 가는 상황에서 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등 노동계 요구에 유화적인 반응을 보이는 의제도 있는 만큼 당장 단체 행동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아궁이에 불을 때는 것은 같은데, 방바닥의 온기를 아직은 느낄 수 없다는 게 현장의 평가”라고 비판하면서도 최저임금,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등만 언급했을 뿐 기간제법과 관련한 정부의 시각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고용 유연성 논의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직된 고용 구조를 완화하지 않고서는 비정규직 문제 역시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소상공인 단결권 보장해야”

이 대통령은 “노동자들은 본질적으로 약자라 노동 3권을 보장받듯, 소상공인에게도 단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소상공인의 집단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을 본격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공정거래법에 의해서 (집단행위가) 다 처벌되고 금지되고 있다”면서 “사안별로 납품 업체끼리 또는 가맹점끼리, 아니면 지점끼리 집단적으로 교섭할 기회와 권리를 줘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전은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취약계층의 이해가 대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라든지 납품업체 등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소상공인도 단결할 수 있도록, 가맹본부 등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협상 지연이나 분쟁 증가로 이어지면서 이른바 ‘갈등 비용’이 커지며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가맹점주 협의회 등이 본사를 상대로 단체 협상을 요구하더라도 본사가 이를 거부할 경우 단체협상을 강제할 수단은 제한적이다.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업체들이 납품 단가 인하 압력 등에 대응해 공동으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노동계와 재계의 시각차에 대한 해법으로는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제시하며 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복귀도 재차 당부했다. 민노총은 1999년 2월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뒤 복귀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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