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여파로 원료 수급에 차질이 빚으면서 쓰레기 종량제봉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29일 경기 고양시의 한 마트에 ‘종량제 봉투 구매 수량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6.3.29 뉴스1
중동 사태 장기화로 비닐 등 석유화학 제품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불똥이 쓰레기 종량제 봉투까지 옮겨붙었다. 비닐 대란을 우려한 사재기 움직임까지 벌어지자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일반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배출하는 것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거나 종량제 봉투 구매 제한을 권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전북 전주시는 쓰레기 봉투 품귀 현상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자 일반 봉투를 이용한 쓰레기 배출을 허용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30일 “종량제 봉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문의가 오면 일반 비닐 봉투를 이용해 쓰레기를 버려도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전주시는 쓰레기 봉투 가뭄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종량제 봉투 대용으로 판매할 스티커를 준비하고 있다. 이 스티커를 일반 봉투에 붙이면 종량제 봉투에 담은 것과 같이 취급하겠다는 의도다. 쓰레기 봉투 판매 가격 등의 관리는 각 기초자치단체 몫이다. 전주시에 따르면 현재 종량제 봉투 확보 물량은 약 8일분이다.
경기 성남시도 종량제 봉투가 유통되지 않는 비상 상황이 올 경우 일반 봉투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성남시는 “생활폐기물 관련 지자체 조례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거나 정부에 폐기물관리법 특례 등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 지자체가 긴급 대응에 나서는 이유는 종량제 봉투 구매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남시의 하루 평균 종량제 봉투 수요는 15만3000장 수준이었지만 25일에는 98만4000장으로 6배 이상으로 늘었다. 서울시 역시 21일부터 27일까지 하루 평균 종량제 봉투 판매량이 270만 장으로 최근 3년 평균(55만 장)의 약 5배에 달했다. 제주 서귀포시에서도 하루 평균 주문량이 평소의 10배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종량제 봉투 구매 제한 조치를 시작한 지자체도 늘고 있다. 성남시는 28일부터 1인당 하루 최대 10장까지만 구매하도록 권고했고, 전북 익산시와 충북 보은군은 각각 5장 이내로 제한했다. 충북 청주시는 판매 업체 간 수급 불균형을 막기 위해 3월에 종량제 봉투를 구매한 업체는 다음 달 20일까지 구매를 제한했다.
종량제 봉투 대란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직접 불안 해소에 나섰다. 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 정부의 절반 이상이 이미 6개월 치 이상의 물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원료 역시 재생원료 사용 여력이 충분해 1년 이상 공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악의 상황이 오면 일반 봉투 사용 허용 등 만반의 대책을 세웠다”며 “집에 쓰레기를 쌓아두실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기후부 등에 따르면 전국 228개 지자체의 종량제 봉투 재고는 평균 3개월분 이상이며 지자체 중 54%는 6개월분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도 “25개 자치구 재고가 약 6900만 장으로 하루 평균 사용량 기준 약 4개월 치를 확보한 상태”라며 “사재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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