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정치 시대…자강과 실용외교 박차 가해야 [화정인사이트 ⑮]

  • 동아닷컴
  • 입력 2026년 1월 27일 13시 46분


트럼프, 마두로 체포이어 그린란드 병합 추진
자유와 가치 국제질서 사라지고 힘의 논리 득세
중견국 한국 역할 찾고 실용외교에 역량 집중해야

2026년 새해 시작부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데 이어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병합에 나섰다. 전통적 우방인 유럽과 충돌하며 70년 간 이어온 대서양 동맹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국제질서 수호자를 자처했던 미국이 이제는 규칙과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며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는 22일 동아닷컴 대회의실에서 ‘급변하는 국제질서와 2026년 안보 정세 전망’을 주제로 연구위원 간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국제질서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우리의 외교 역량제고와 역할에 대해 많은 노력과 고민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정평화재단은 1월 22일 동아닷컴 대회의실에서 ‘2026년 외교안보 전망’을 주제로 연구위원 간담회를 가졌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상호 동아일보 정치부전문기자.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왼쪽부터)가 토론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화정평화재단은 1월 22일 동아닷컴 대회의실에서 ‘2026년 외교안보 전망’을 주제로 연구위원 간담회를 가졌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상호 동아일보 정치부전문기자.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왼쪽부터)가 토론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윤상호 동아일보 정치부 전문기자가 사회를 맡았고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토론에 나섰다.

윤 : 트럼프 대통령 베네수엘라 마두로 체포에 이어 그린란드 병합을 추진, 국제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이들 사건이 어떤 함의가 있는지 거시적으로 국제질서 변화와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먼저 지난 한중 및 한일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 : 2016년 7월 한국 내 사드(THAAD) 배치 현안 이후 한중은 10년 가까이 갈등기를 겪어왔다. 양국 사이에 갈등관계가 상호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던 중 2025년 10월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올해 1월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은 이제 한중관계가 재정립 국면에 진입했음을 대내외에 알렸다. 특히 1월 5일 정상회담은 주요 현안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실질적 협력 증진을 위한 전략 대화 채널을 마련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윤 : 한중 정상회담에서 공동 성명이 없고 시진핑 주석이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야 한다’고 발언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공자의 표현으로 착하게 살라는 뜻으로 이해했다’라고 말했다.

김 : 미중 패권 경쟁 구도가 깊어가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에 대한 간접적인 전략적 요구라고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우회적인 답변을 한 것은 미중 사이 한국의 전략적 입장에 대한 어려움을 표현하고 향후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를 추진하겠다는 내심을 담고 있다.

윤 : 대만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을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어떤 정치 외교적 입장이나 행동을 하지 말라라고 하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해도 되나.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김 : 양안 문제는 한중 관계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한중수교 당시 공동 성명에 제3항에 따르면 ‘하나의 중국’과 ‘타이완이 중국의 일부분이다’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향후 미중 관계 변화에 따라 변화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은 대만에 대한 직/간접적인 압박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한국의 대외 정책의 원칙으로 삼아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하나의 중국은 인정하지만 대외 정책의 ‘원칙(principle)‘은 아니고 ’정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한중 간에도 향후 지속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이다.

윤 : 우리는 한한령 해제와 서해 구조물 문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협조를 거론해왔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진전을 이룬 것인가. 아니면 이견만 확인한 것인가.

정 : 이번 회담에서 성과를 내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정상간 회담을 시작했기 때문에 서해 구조물을 없애겠다는 등의 가시적 성과보다 소통을 시작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서해 구조물은 우리에겐 첨예한 문제이지만 정치 및 법적으로 해결되기 쉽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일단 양국 정상이 이 문제를 다뤘다는 것에 의미를 찾아야 될 것이다.

김 : 현재의 상황은 한중 양국 관계 재정립 초입 국면이라 우리가 먼저 조속한 합의나 시간을 정해놓고 섣부른 성과를 내기 위해 협상을 벌이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지루하지만 치열한 협상을 통해 우리 입장을 정확히 전달하고 중국과 적절한 선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서해 경계 획정 회담을 국장급에서 차관급으로 올린 것은 환영할 일이고 서해 구조물 중 일부 관리 시설을 철수하기로 한 부분은 일부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중 서해 경계 획정 회담이 2015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14차례 열렸음에도 EEZ(배타적 경제 수역 Exclusive Economic Zone) 선을 나누는 것에 대해 양국 입장은 확연히 달랐으며 그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이 사안에서 차관급 격상 조치가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희망적인 사고에 매몰되기 보다는 이제 진짜 어려운 협상을 앞두고 있는 현실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윤상호 동아일보 정치부 전문기자
윤상호 동아일보 정치부 전문기자


● 한중 관계 재정립 기반 마련 중국 지속 호응?

윤 : 한중이 관계 재정립 기반을 마련했다고 본다면 매년 정상 간의 만남 및 셔틀 외교 등의 후속 조치가 이어져야 하는 데 중국이 호응을 할까.

정 : 이재명 정부 기조를 볼 때 과거보다 조금 더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한일정상회담에서 한중일 협력을 제안 하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지금 국제 사회는 미국이 워낙 강하게 나가고 있어 주변국가들 혹은 비슷한 국가들끼리 협력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중국이 협력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경제 협력이 아니더라도 논의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적 환경속에서 협력은 지속가능하며 중국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윤 : 북핵 문제에 대해 한중정상회담에서 공개적 언급이 없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는 한중이 모두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 동북아 정세와 미중관계, 북러 밀착 그리고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행사 때 보였던 북중러 회동 및 일정 수준의 북중관계의 개선을 염두에 둔다면 중국은 전술적 차원에서 당분간 한반도 비핵화를 크게 강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도 현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기보다는 북한과의 교류와 관리를 우선적으로 하면서 정책적 우선순위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이 단기적 또는 전술적 차원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공유되는 부분이 존재하고,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미중의 언급이 줄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마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확연히 줄어들면 국제사회에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양자외교가 아닌 적절한 다자외교 무대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

정 : 지금 분위기는 한반도 비핵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도 주변을 좀 더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만든 것이 먼저라고 했다. 그러니까 한반도 비핵화는 최대의 구호인 셈이다. 사실 북한의 비핵화는 다 제제로 외교 네트워크인데 그들에게 이상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 특히 미국이 UN을 무시하고 UN의 대북 제재가 거의 와해되어 가고 있다. 북한을 인정해야 한다는 보도가 미국에서 나오고 있어 비핵화 보다 대화를 위한 정지 작업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윤 : 마두로 체포 사건이 국제 정치 질서 재편의 신호탄인지 아니면 철저히 자국 이익 추구 관점에서 대외 개입 방식의 변경인지 궁금하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 : 그 둘을 굳이 나눠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 마두로 체포 작전은 빈 라덴 체포 작전과 약간 차이가 있긴 한데 기술적 방식은 같다. 빈 라덴 체포 때는 파키스탄 정부에 알리지 않고 들어갔고 이번에도 그냥 특수부대가 들어갔다. 지난해 이란 핵 시설 공습도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 미국의 군사력 투사 역량을 보여줌으로써 미국 지도력을 강화하고가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번 작전으로 미국이 원하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어디든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편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대응을 할 수 없음도 세계에 알렸다.

하지만 세력 분할 차원에서의 행동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이 골든 돔(Golden Dome 미국을 위한 다층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러시아와 중국을 피해 갈 수 없다. 북극해를 넘어서 날아오는 것은 결국 중러이기 때문에 영향권 분할을 해서는 막을 수 없다. 그린란드 다음에 캐나다 그리고 우리나라 일본 호주 및 유럽 나토 국가들까지 영향권 안에 있어야 골든 돔이 작동한다. 미국이 해외 미군 기지의 분포를 줄이는 군사력 재편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디서나 주저하지 않고 힘으로 투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전 세계를 미국 영향권에 두는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

미, 국제질서 재편과 자국 이익 추구

윤 : 마두로 체포와 그린란드 병합 추진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정 : 마두로 체포는 표면상 이유는 마약범죄 이지만 결국은 자원이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가다. 중국이 가장 많이 수입해 가기 때문에 이것을 막는 순간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한편으론 남미의 반미 국가들에 대한 경고가 될 수도 있다.

김 : 중국은 에너지 확보의 안전선 중 하나가 사라졌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물론 중국도 에너지 수입 다변화가 되어 있지만 그래도 베네수엘라로부터의 에너지 공급선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중국은 전략적으로 남미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즉 미국의 뒷마당에 자신들의 교두보를 만들려고 했고 그 중심축의 하나가 베네수엘라였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사태를 목격하며 힘의 투사력이 약한 중국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남미 여러 국가들이 알았기 때문에 향후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산에 많은 변수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일로 미중의 ‘투사력’에서 분명한 힘의 격차를 보였다. 중국은 그동안 다른 지역에서 전통적 우방국들 그리고 지경학적 영향력을 확대하여 왔다. 중국이 주창했던 ‘글로벌 안보 창의(GSI)’를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실행해 갈 수 있느냐에 많은 의문이 생길 것이다.

윤 : 중국은 가만히 보고 있을까?김 : 현재로서는 힘의 대응보다 외교력과 경제력으로 관련 국가들을 다독이면서 이익의 틀을 공고히 하려고 할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인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안보 네트워크가 여러 곳에서 틈이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관세와 함께 트럼프 리더십이 동맹국들의 온전한 지지를 얻지 못하는 틈을 계속 파고들려 할 것이다. 앞으로 EU에 대해 전략적 접근과 역내 주변 국가들에 대한 우호적 외교를 강화할 것이다.

윤 : 마두로 체포 이후 중국이 대만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과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한도 저렇게 다룰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 : 중국이 급격하게 대만을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까지 기조가 있고 대만에 대해 영향력을 높이기에는 분명한 제약이 있다. 다만 미국 스스로 국제질서를 무시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거기에서 얻는 자신감은 있을 것이다. 미국의 외교 전략과 규범적 정당성이 사라졌고, 규칙 기반 질서를 스스로 던져버리는 상황이기에 대만에 대해 어떤 대담한 행동을 할 때 규범적 제약은 분명 없어 질 것이다.

중, 대만에 대담한 행동 규범제약 사라져

윤 : 미국이 2차 세계 대전이후 국제질서 수호자임을 자임하다 스스로 규칙을 무너뜨리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저렇게 하는 데 우리는 왜 못해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김 : 중국이 물리적 수단 선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견지하겠지만, 그렇다고 당장 물리력을 앞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다양한 압박을 앞세우는 하이브리드전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대만 내부 정치적 갈등이 높아졌고 2025년 두 번의 국민투표 부결로 인해 민진당 리더십이 크게 상처를 받았다. 중국은 대만 지방 선거 및 향후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 집권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면서 대만정치권 내 우호 세력 확대 및 경제적 압박과 당근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만 통합을 유도해 갈 것이다.

윤 : 트럼프 2기 1년은 미중 관계에서 중국을 엄청 압박했지만, 결과적으로 ’종이 호랑이‘ 소리를 들었다. 중국이 히토류를 무기화하고 관세에 반발하면서 트럼프는 체면을 구기고 끝난 셈인데 이를 만회하려고 일련의 시도를 한 것은 아닌가.

김 : 가능한 해석이라고 본다. 하지만 정확한 평가는 향후 이란과의 핵협상과 그린란드 사태에 대해 EU와 어떻게 이 사안들을 풀어가는 지 종합해서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이 전술적 휴전인지 아닌지는 4월 미중 정상회담과 11월 미국의 중간선거의 결과까지 살펴봐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올 3월 중국에서는 양회가 개최된다. 거기에서 중국의 대외 정책 기조와 미중관계 등에서 새로운 입장이 나올 것인지도 변수다. 한국은 4월 미중정상회담과 관련 중국이 북미 대화 중재 역할을 할 것인가와 관련된 북미의 개별 입장과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윤 : 4월 미중 정상회담 자리에 트럼프가 김정은을 초대할까?

정 : 김정은에게는 선택지이지만 시진핑이 원하는 그림은 아닐 것이다.

윤 : 트럼프는 왜 그린란드 병합이라는 과격한 정책을 꺼냈을까.

정 : 사실 이란이나 베네수엘라 그린란드는 사실 1기 행정부 때 다 논의되었던 사안이다. 그 때 못했던 것을 이제 하고 있는 상황인데 베네수엘라는 해결했다. 그린란드가 중요한 문제인 것은 맞는다. 특히 골든 돔은 단순히 미사일 방어체제를 새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를 포함해 북미 방공사령부 통합과 현대화를 위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그린란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토와 거의 전쟁 수준까지 가면서 거칠게 해결하려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중요한 지점이 분명히 많다.

윤 : 왜 지금이냐는 의문이 생긴다. 트럼프 2기 2년 차 시작 충격 효과도 감안한 것인가.

정 :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보고서에 그린란드가 중요하다고 나오는 것은 그냥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이 남미에 항구도 짓고 미국 뒷마당과 앞마당에서 경쟁을 벌이는 것을 미국이 용납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그래서 이곳부터 정리를 해야 겠다 라는 입장은 분명하다. 지금은 두서없이 보이지만 우선순위는 이것이라는 것이다.

윤 : 마두로와 그린란드 사태의 타깃은 철저하게 중국과 러시아 견제한 패권 전략으로 봐야 한다. 그린란드가 병합이 될지 아니면 정치 외교적 툴을 통해 풀지 모르지만 반드시 활용하겠다는 목표는 변치 않을 것 같다. 유럽은 그린란드 병합 혹은 골든 돔 기지로 활용하도록 양보를 할까.

정 :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도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이 중국과 러시아임을 알고 있기에 약간 속도조절 하는 분위기다. 다음 수순은 나토에서 국방비를 증액하고 나토 동맹을 보완 등 트럼프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본다.

김 : 미국의 제 1의 전략적 경쟁자는 중국이다. 그리고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북극 항로의 전략적 가치는 매우 높다. 미국은 북극 항로에서 중러가 협력해 가면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던 것을 심각한 미래의 전략적 위협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미국은 마두로 체포에 중국의 힘이 여의치 않음을 확인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집중해야 할 상황이다. 이때가 그린란드를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두기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국이 그린란드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때 중러의 물리적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간 EU도 미국 관세 협상에 비교적 순응해 왔기 때문에 이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향후 러우 전쟁이 종식되고, 중국의 군사력이 점점 강화되어 북극항로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되고, 미국의 관세조치에 불만을 표시했던 EU가 반발한다면, 그린란드를 미국의 영향력 하에 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윤 : 마두로 체포와 그린란드 사태를 보면서 중국이 국제 질서와 법을 이야기 한다. 중국이 수십 년간 동중국해에서 국제법을 위반하더니 이제는 역할이 완전 뒤바뀐 상황이다. 결국 미국은 중국의 투사력이 더 커지기 전에 선점한다는 것이고, 미국 앞마당과 뒷마당 견제하겠다는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그린란드 주민에게 엄청난 경제적 보상과 인프라 확충 그리고 미국의 자치령 등의 방안과 현재 배치된 미국 우주군 기지를 대대적으로 보강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시나리오가 있는 것 아닌가.

정 : 미국 우주군 보강 시나리오는 덴마크와 협상을 하든 안 하든 조만간 어떤 방식이든 일어날 수 있다. 푸에르토리코처럼 미국 자치령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주민 의사에 반해서 할 수는 없다. 미국은 그만큼 재정적 여력도 없을 것이다.

윤 : 경제적 독립 유도를 통한 자발적 연방 편입은 어떨까.

정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친러시아 주민들에 쓴 방식인데 그 정도로는 안 될 것이다. 윤 : 그린란드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인가.
그린란드 영향력 확대 트럼프 중요 업적 될 것

김 : 사활적 이익이 걸린 것이 아니더라도 미국 내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평가와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는 될 수 있다. 북극 항로의 미국 측 입구인 알레스카를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개발하고 투자하겠다는 한다. 여기에 유럽의 입구인 그린란드를 영향력 하에 두고 그곳의 자원과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동북아시아와 북미 그리고 유럽을 잇는 지정학 가치를 보유하게 되고, 동시에 중요한 경제통상 항로를 얻게 된다. 북극항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성과를 만들어 낸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성과가 될 것이다.

정 : 트럼프 정부의 가장 우선순위는 역시 미중경쟁과 국내안보다. 미국의 중간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지역은 아니다. 과거보다 북극 항로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우선순위로 올라오지만 당장 사활적 이익으로 치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윤 : 베네수엘라에 이어 그린란드도 보여주기식 단기간 성과인가.

정 : 베네수엘라는 미국 국민들과 트럼프 지지자들도 그렇게 반대하지 않았지만 그린란드 병합은 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평가할 때 좋은 것이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윤 : 2026년 국제질서의 규칙과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시대인지 또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

화정평화재단은 1월 22일 동아닷컴 대회의실에서 ‘2026년 외교안보 전망’을 주제로 연구위원 간담회를 가졌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상호 동아일보 정치부전문기자.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왼쪽부터)가 토론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화정평화재단은 1월 22일 동아닷컴 대회의실에서 ‘2026년 외교안보 전망’을 주제로 연구위원 간담회를 가졌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상호 동아일보 정치부전문기자.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왼쪽부터)가 토론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정 : 트럼프 행정부 일련의 사건을 보면 우리가 알고 있었던 가치에 기반한 외교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맞는다. 마두로를 체포하고 나서 만약 민주당 이었다면 그 반대 야당 지도자를 옹립했겠지만 지금 부통령을 다시 세웠다. 이를 보면 가치 기반 외교는 잊어야 할 때다. 그렇다고 규칙 기반 질서를 와해시키느냐는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중동문제 해결을 위해서 미국이 60개 국가에 서한을 보내며 평화위원회 구축을 제안했는데, 그 부분에 더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려고 한다. 유엔을 대체할 수 있는 위원회라고 스스로 프레임을 했다. 이것이 어떤 식으로 작동할지 유엔을 어떤 식으로 대체할지 어느 수준까지 격상할지 지켜봐야 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국 같은 중견국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무력을 사용했지만 제도를 만들어 가려는 시도는 처음이다.

김 : 이미 시작된 강대국 정치는 국제 규범과 질서를 앞세우기 보다는 자국의 힘과 이익을 앞세우기 때문에 국제 관계에 많은 변화를 부른다. 우리도 가치를 유지하면서 자강과 전략적 가치를 강화해가는 현실적 외교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윤 : 이미 시작된 강대국 정치는 국제 규범과 질서를 앞세우기 보다는 자국의 힘과 이익을 앞세우기 때문에 국제 관계에 많은 변화를 부른다. 한국도 우리의 정체성과 가치를 유지하면서 자강과 전략적 가치를 강화해 나가는 현실적 실용외교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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