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내란, 민주주의 파괴 불법행위” 공개 사과

  • 동아일보

李 ‘소명’ 언급 다음날 계엄옹호 사과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 놓쳐”
국힘, 청문회서 고강도 검증 예고
李 “사회를 다 파랗게 할순 없다”… 국무회의서 통합 노력 다시 강조

이혜훈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앞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옹호했던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이혜훈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앞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옹호했던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이혜훈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옹호했던 과거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다만 이재명 정부의 현금성 지원 확대 등 확장재정 기조를 비판한 데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에 대해 정치·정책적 논란이 여전해 향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

이 후보자는 30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란은 헌정사에 있어서는 안 될 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라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집회에 참석했던 과거에 대해 공개 사과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단절과 청산, 그리고 통합’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1년 전 엄동설한에 내란 극복을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정치에 몸담으며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놓쳤다”며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헌법과 민주주의 앞에서 용기 있게 행동하지 못한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직무 수행 의지도 강조했다. 그는 “초대 장관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앞두고 과거의 실수를 덮은 채 나아갈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말이 아닌 행동과 결과로 사과의 무게를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과는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과거 행적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 후보자 지명 논란을 염두에 둔 듯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대결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통합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이 권한을 가진다고 사회를 다 파랗게 만들 수는 없다”고 했다.

● ‘가시밭길’ 인사청문회

이 후보자는 현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다”면서도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정책적 견해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인 이 후보자는 경제학자로서 나랏빚을 늘리는 방식의 재정 확대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혀 왔다. 확장재정이 기조인 현 정부와는 정반대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9월 윤석열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를 두고 “문재인 정부가 급증시킨 국가부채를 3년 만에 줄였다”며 “전 세계가 기적이라고 평가할 정도”라고 언급했다.

과거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발언도 많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만 원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주장하자 “포퓰리즘의 대표적 행태”라고 문제 삼았다. 소비쿠폰 승수효과(재정 지출이 연쇄적인 소비·투자로 확대되는 효과)와 관련해서도 “퍼주기식 팽창 재정과 통화정책이 오늘날의 고물가를 초래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통과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를 ‘배신자’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내란 옹호 이력과 현 정부 재정 기조와의 적합성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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