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업무보고서 제도개선 당부
‘촉법소년 연령 하향 검토’ 주문
“초코파이 절도 같은 범죄 처벌 없게”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검사 입장에서는 원래 하던 일이니 상소하고 항고, 재항고 또는 상고하는 게 깔끔하긴 한데 당하는 쪽에서는 엄청나게 괴로운 일”이라며 상소(항소, 상고) 제도 개선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항소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있다”며 “일본에 비하면 너무 상소율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법무부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기계적 상소’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법무부를 향해 “국가의 공인된 폭력을 제도적으로 행사하는 곳”이라며 “국민의 신임을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 개혁 방향, 보완 수사권 존치 여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검찰의) 권한이 공정하고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기소 분리 문제 때문에 꼬인 측면이 있어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며 “마약 수사는 독립 관청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고 말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업무보고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마약단속국(DEA)과 같은 전담 조직이 생겨야 좀 더 강력한 마약범죄 퇴치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교정 시설 부족 문제에 대해 “재범 위험성도 없고 피해자와 갈등도 없고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으면 가석방을 좀 더 늘리라는 것이 제 지시사항”이라고 했다. 또 “요즘에는 ‘촉법소년이니까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식으로 사고를 치는 영상도 있더라”며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 연령 하향 검토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초코파이 절도 기소’ 사례를 언급하며 “제도적으로 경미한 범죄는 처벌하지 않는 길을 만들어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교통범칙금이 5만 원, 10만 원이면 서민에게는 제재 효과가 있지만 재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공정하지 못하다”며 범칙금 수준을 재력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선 “국내 생리대가 너무 비싸서 해외 직구를 많이 한다고 한다”며 “내가 보기엔 국내 기업들이 일종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조사 한번 해봐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불법 촬영물 등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초국가범죄 태스크포스(TF)’에서 함께 다룰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사이트에서 70% 정도가 불법 촬영물인 것이 확인돼야 차단이 된다”고 말하자 “(성 착취물) 일부라도 차단하고, 안 되면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도록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