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이제 전쟁…이번이 마지막 시정연설”
與의원들은 도열해 박수-환호로 李대통령 맞아
李, 시정연설전 국힘 불참 겨냥 “좀 허전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11.04.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 이후 두 번째로 내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107석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반쪽 시정연설’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당시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보이콧하고 시위를 벌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을 향해 “범죄자” “재판 받으세요” 등 강하게 항의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시정연설 시작 약 30분을 앞두고 의원총회에서 시정연설 보이콧을 결정했다. 내란특검이 전날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곧바로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 모여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마스크를 끼고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손팻말과 현수막 등에는 ‘야당탄압 불법특검’ ‘근조 자유민주주의’ ‘야당을 향한 칼끝은 국민을 향한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이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대기하던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선 “우원식 정신차려” “체통을 지켜라” “한심하다” “입법부 대표가 그게 뭐냐” 등의 고성이 나왔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명비어천가 야당파괴’, ‘야당탄압 불법특검’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2025.11.04. photo@newsis.com
이 대통령은 오전 9시 40분경 국회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범죄자 왔다”는 말이 나왔다. 일부 의원은 “재판 속개하라” “재판 받으라” “범죄자” “꺼져라” 등 소리를 내질렀다. 이 대통령은 미소를 띤 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서있던 곳을 바라보며 가볍게 목례했다. 앞서 의원총회에서 장 대표는 “이제 전쟁이다.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이번이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국민의힘은 시위에서 ‘민주당식 정치보복 국민들은 분노한다’ ‘이재명식 정치탄압 독재정권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우 의장은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앞서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한 것을 언급하며 “국민의 삶을 1년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당연히 보고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오지 않는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이어 “오늘 새로운 정부 첫 시정연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점에 대해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시정연설은 내년도 국민들의 삶을 우리 국가가 어떻게 책임질지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과) 함께 듣지 못하는 것 유감스럽다”며 “참석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의 빈자리가 보이고 있다. 2025.11.4
이 대통령은 오전 10시 6분경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도열해 박수와 환호성으로 이 대통령을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계단쪽에 서 있던 민주당 최민희 한민수 노종면 백승아 김원이 박찬대 의원 등과 악수를 나눴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이 의원들과 악수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 대통령이 단상 위에서 인사하자 의원들은 또다시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보이콧을 겨냥한 듯 “좀 허전하다”고 말한 뒤 시정연설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예산안의 방향과 원안 통과 필요성을 설명하고 여야에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내년도 예산안은 728조 원 규모로 올해 본예산 대비 8.1%, 54조7000억 원 증액된 728조 원 규모로 편성됐다. 지출 증가율이 가장 큰 분야는 연구개발(R&D·35조3000억 원)로 올해 본예산 대비 20% 가까이 증액됐다. 인공지능(AI) 예산은 올해(3조3000억 원)의 3배 이상인 10조1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 대통령이 약 22분간의 연설을 마치자 여당 의원들은 또다시 이 대통령과 악수하기 위해 도열했다. 한 여성 의원은 이 대통령과 악수하며 자리에서 폴짝 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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