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서로 “상대방에 달려”… 위성락 “관세 APEC 타결 확신 못해”

  • 동아일보

[APEC 주간 개막]
3500억달러 대미투자 기싸움
현금비율-수익배분 등 이견 여전… “일부 합의됐다고 보기 힘든 상황”
러트닉-베선트 방한 추가 협의할듯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가 서로 양보를 요구하며 막판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3500억 달러(약 504조 원) 대미(對美) 투자펀드와 관련해 외환시장 충격을 막기 위해 직접투자와 대출·보증으로 펀드를 조성할 것을 주장하며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현금 직접투자액이 낮아져야 관세 합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대규모 현금 투자를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인 현금 투자 규모를 비롯해 수익 배분 및 투자처 선정 문제 등에서도 이견을 보이면서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관세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트럼프 “韓 준비되면 나도 준비” 韓 “트럼프에 달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며 한미 관세 협상 상황에 대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그들이 준비만 된다면, 나는 (합의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협상 타결이 한국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일 것을 압박한 셈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 또한 온라인 브리핑에서 ‘일본과의 무역 협정은 이미 체결됐지만 한국과는 아직 안 됐다’는 질문에 “우리는 한국과 가능한 한 빨리 협정을 체결하기를 매우 열망한다”면서도 “한국이 우리가 적절하다고 보는 약속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 정부는 관세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렸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쉽게 끝나지 않을 협상”이라며 “이 대통령이 국민이 원하지 않는 협상에 사인할 수 없다는 원칙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이 대통령이 경제적 합리성, 국익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협상하라고 강한 훈령을 주고 있다”며 “마지막 조정을 위해 협상팀이 분투 중인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타결될지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가 없다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한미는 현금 투자 비중은 물론이고 수익 배분 및 투자처 선정 문제에서도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투자금 회수 전 발생 수익의 50%를, 회수 이후엔 90%를 가져가야 한다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투자금 회수 전엔 90%를 한국이, 회수 이후엔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방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투자처 선정도 전적인 권한을 갖겠다는 미국과 이에 관여해야 한다는 한국이 맞서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금 투자 비중과 수익 배분, 투자처 선정 문제 등을 별도로 논의하기 어렵다. 일부만 합의됐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APEC을 계기로 방한해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추가 고위급 관세 협상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트닉 장관은 29일 주요 기업 총수들과 만찬 회동도 조율 중이다.

● 韓 재처리 권한 확대엔 “합의문 작성돼 있어”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선 관세 협상과 함께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등 안보 합의 사항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 실장은 이날 한 방송에서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권한에 있어서 지금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갖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며 “안보 분야는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를 비롯한 일종의 합의문이 작성돼 있다”고 말했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만 20% 미만의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다. 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금지돼 있다. 한국은 핵폐기물 처리 비용과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제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위 실장은 핵무장 및 핵 잠재력 확보와 관련한 미국의 우려에 대해선 “핵무장이나 핵 잠재력 확보와는 철저히 절연하는 접근”이라며 “우리는 전적으로 경제적, 산업적 목적 이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관세 협상#투자펀드#APEC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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