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기관총 낙하, 조종사가 히터 조절하려다 버튼 잘못 눌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1일 1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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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1 공중통제공격기. (공군 제공) 뉴시스
KA-1 공중통제공격기. (공군 제공) 뉴시스
지난 18일 비행 훈련 중이던 KA-1 공중통제공격기에서 기관총과 연료탱크 등을 떨어뜨린 사고는 조종사가 버튼을 잘못 누르는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군은 21일 “조종사 진술 등 조사 결과, 투하 원인은 후방석 조종사의 부주의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군에 따르면 당시 바이저(전투기 헬멧의 고글) 위에 야간투시경을 착용한 상태였던 조종사는 히터 바람으로 시야에 불편함을 느껴 송풍구 풍량을 조절하려다 송풍구 바로 위에 위치한 비상투하 버튼(Emergency Jettison Button)을 잘못 누른 것으로 조사됐다. 비상투하는 항공기에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전한 착륙을 위해 연료탱크 등 외부장착물들을 떨어뜨리는 절차다.

장동하 공군 서울공보팀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비상투하 버튼은 지름 약 3.5㎝, 송풍구는 지름 약 3.3㎝로 유사한 형태이며 위치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풍구는 버스 천장의 바람 조절 장치와 비슷한 구조로, 원형 커버를 누르는 형태에 따라 바람량이 조절된다”며 “비상투하 버튼은 원통형 프레임 안에 버튼이 1.5㎝ 정도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형태로, 조종사가 송풍구 커버를 누르려다 버튼을 누르게 돼 사고가 발생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18일 오후 8시 13분경 강원 평창군 상공에서 야간사격 모의 훈련을 하던 KA-1 공중통제공격기가 기총포드(gun pod) 2개와 연료탱크 2개를 떨어뜨렸다. 기총포드는 기관총을 탑재한 일종의 케이스로, 포드에 내장됐던 기관총과 12.7㎜ 실탄 총 500발도 함께 지상으로 떨어졌다. 연료탱크 속은 비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실탄 495발을 회수했으며 현재 나머지 실탄과 연료탱크를 찾는 중이다.

공군은 기총포드와 연료탱크가 산악 지역에 떨어져 민간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달 30여 명이 다치고 140여 가구가 피해를 본 KF-16 전투기 오폭 사고 때처럼 이번에도 조종사 과실이 사고 원인으로 드러나 기강 해이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를 낸 조종사는 870여 비행시간 중 KA-1 기종을 700여 시간 몰았다고 공군은 밝혔다. 공군은 이 조종사를 안전 분야 처분심의위원회에 회부해 문책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공군은 이날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주관 비행부대 지휘관회의를 열어 안전 대책을 강조했다. 또한 이번 사고를 계기로 ‘비행 안전과 신뢰 회복을 위한 100일의 약속’ 프로젝트를 22일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장 팀장은 “지난달 오폭 사고 이후 모든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비행운영 혁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로 중단됐던 비행훈련은 22일 오후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지난 17일부터 2주간 일정으로 진행 중인 한미 공군의 공중 연합훈련 ‘프리덤 플래그’ 훈련에는 큰 차질이 없다고 공군은 전했다. 장 팀장은 “이번 사고로 취소된 프리덤 플래그 훈련은 전체의 6% 정도”라고 했다.

#공군#낙하 사고#조종사#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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