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위협” 우려에도 상법 개정 시동… 이재명 ‘우클릭’ 진정성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5일 03시 00분


[野 상법개정안 강행]
민주당, 상법 개정안 처리 강행
李 “기업인 의견 제일 중요” 밝혀놓고… “주주에 대한 배반 행위 막자는 것”
野 ‘개미 표심에 유리’ 계산도 깔린듯… 與 “소송 남발땐 되레 소액주주 피해”

조계종 총무원장 만난 李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가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세상이 너무 심하게 대결적이어서 걱정”이라며 “국민이 불안한 데는 저를 포함한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이에 진우 스님은 “반대하는 분들에게 더 다가가 진심으로 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 덕장으로서 행보”라고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계종 총무원장 만난 李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가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세상이 너무 심하게 대결적이어서 걱정”이라며 “국민이 불안한 데는 저를 포함한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이에 진우 스님은 “반대하는 분들에게 더 다가가 진심으로 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 덕장으로서 행보”라고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재계의 반대 속에 상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중도 보수’를 표방해 온 이재명 대표의 ‘성장 우선’ 실용주의 정책의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도 재발의해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일선 기업인, 경제인들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이 대표가 정작 노동계가 요구하는 법안에 대해선 기업들의 반발을 무시한 채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野, 이사 충실 의무 범위 ‘주주’로 확대

이날 처리된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조항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이 회사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회사 주주는 주총 시 소집장소에 직접 출석하거나 전자투표 중 한 가지 방식을 선택해 총회에 출석할 수 있다.

민주당은 소액주주 보호 및 권리 확대를 위해 ‘주주’로 충실 의무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11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상법 개정안 토론회를 여는 등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기업들의 우려에도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내부적으로는 상법 개정안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의 연장선상에서 개미투자자들의 표심 공략에 유리할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 같은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송 남발로 기업들의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법사위 소위에서도 여야는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주식회사 제도의 근본을 부정하는 규정”이라며 “대한민국 기업이 경쟁력을 갖지 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도 “이사의 충실 의무 관련 부분은 외국계 헤지펀드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소송이 남발되면서 그 비용이 소액주주들에게 전가될 위험이 있어 오히려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가는 법안”이라고 했다.

정부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석우 법무부 차관은 “미국에서도 주주와 이사 간의 이익이 대립될 경우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 (이사 충실 의무를) 인정할 뿐”이라며 해당 조항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란 점을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처리에 반발해 퇴장했고 소위 위원 중 민주당 의원 5명 전원이 찬성해 상법 개정안은 통과됐다.

● 李 “상법 개정, 주주 배반 행위 막자는 것”

이 대표는 이날 직접 상법 개정안 처리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경제 전문 유튜브에 출연해 “(상법 개정안이) 법사위 소위를 통과했고, 법사위에서 의결되면 본회의에 바로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다수 소액 투자자 피해를 막자는 취지에 따르면 상법이 아니라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자본시장법 담당 상임위가 여당이 위원장인 정무위원회라 대신 (모든 회사에 적용되는) 상법을 개정하는 것”이라며 “상법 개정안에 단서 조항을 넣느라 복잡한데, 그래도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상법 개정안에는 전자주총 도입 의무화 대상을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기업’으로 한정하는 단서 조항이 포함돼 있다.

‘상법 개정안 때문에 좋은 회사가 자본시장으로 안 나올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불법 행위를 못 하게 될 거니까 상장하지 말아야지’ 이런 회사는 상장 안 해도 된다”라며 “불법, 주주를 배반하는 행위를 막자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경제를 살린다면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인다”며 “오락가락하는 이 대표는 더 위험하다. 기존의 민주당이 역주행 수준이었다면 이 대표는 역주행에 난폭운전에 음주운전까지 더해서 도로를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법 개정안#경영권 위협#이재명#우클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