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초상화, 김일성·김정일과 나란히…우상화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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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5월 22일 1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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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 보도 사진
통일부 "사상지도자 위상 과시 일환"
전문가 "'김정은주의'까지 엄두에 둔 듯"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초상화가 선대 지도자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와 나란히 걸린 모습이 처음으로 북한 매체에서 포착됐다.

22일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과 북한 주민들도 보는 대내매체인 노동신문은 21일 김 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한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당 중앙간부학교는 당 간부를 양성하고 재교육하는 교육기관이다.

해당 매체들은 준공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사진 37장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교내 혁명사적관 외벽 및 강의실로 보이는 공간에서 김 위원장의 초상화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상화 옆에 걸린 사진이 포함됐다.

그동안 김 위원장 초상화가 별도로 걸린 적은 많았지만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와 함께 배치된 모습이 공개된 건 최초다.

북한이 2012년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집권 10년차를 넘긴 김 위원장을 선대 최고자들과 동일선상에 놓고 우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는 “최근 김정은 혁명사상 등 사상 지도자로서의 위상 과시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향후 김정은의 독자적 우상화 흐름에 유의하여 북한의 동향을 계속 주시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혁명사적관 맞은편 건물에는 사회주의 이론을 정립한 카를 마르크스와 블라디미르 레닌의 초상화도 걸렸다. 준공식 기념 공연 무대에서도 레닌의 초상화가 등장했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총장은 “북한도 간부 양성에 있어 공산주의의 원류인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주체사상, 선군사상으로 김일성-김정일주의 주입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매체는 해당 보도에서 김 위원장을 두고 “견실한 김일성-김정일 주의자이시며 가장 위대한 계승자”, “김일성-김정일주의 당 건설위업을 빛내여 나가시려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 등 표현을 썼다.

김일성-김정일주의는 2012년 통치 기반이 불안정하고 정치적 정통성이 부족했던 김 위원장 집권과 맞물려 북한이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김정일의 선군사상을 계승한다는 취지로 내세운 사상이다. 북한에서 헌법에 우선하는 노동당 규약은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유일한 지도사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양 총장은 “이른바 ‘초상화 정치’는 주체사상, 선군사상, 김일성-김정일주의에서 4대 세습 직전 ‘김정은주의’까지 가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마르크스-레닌주의가 개인주의, 우상화, 세습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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